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동성으로 오르던 시장이 실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으로 대표되는 성장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돋보였다. 이달 들어 대부분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3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사업부의 전망이 좋다. 메모리 반도체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가 시작되기 전 반도체 사재기에 나섰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퀄컴 IBM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주 소식이 날아들었다. 스마트폰 부문은 갤럭시 노트 판매 호조에 마케팅 비용 감소로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콕’의 영향으로 가전제품 수요도 급증했다. 5세대(5G) 통신장비 부문에서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으로부터 대규모 수주 소식이 이어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0일 이후 처음 6만원(종가 기준)을 돌파했다. 코로나 저점 이후 코스피지수가 64%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37%밖에 오르지 못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반도체 가격 하락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자의 인기투표에서 밀린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기업 경쟁력이 빛을 발하며 잇따른 수주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스테이 인 컨트리(stay in country)’의 최대 수혜주가 됐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국내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수소차 주도주’라는 타이틀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실적 장세로의 전환이 더 탄탄한 시장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 회복은 곧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량주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짐에 따라 외국인의 복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기 위한 전제조건은 한국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라며 “특히 외국인투자자가 돌아오면 매수할 1순위 종목이 삼성전자인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지수 전체를 꾸준히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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