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서울 부동산시장에서는 되레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먼저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한번 미뤄 '2+2+2년'의 거주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31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전세계약에 대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2+2년', 총 4년의 거주를 보장받는다. 예컨데 앞선 사례의 윤씨의 세입자의 경우 올해 계약갱신요구권을 요구하면 2022년 12월까지는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하면 임대료 상한선인 5% 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게 아니라, 임대료를 5%를 초과해 인상하며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윤씨의 세입자는 총 6년의 전세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새 계약 만료 시점인 2022년 12월로 미룰 수 있게 돼, 2024년 12월(계약갱신·5% 내 인상)까지 2+2+2년의 거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 2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경우 임대료를 5% 이상 초과해 다시 전세 계약을 맺는 것이 언뜻 들으면 집주인에게 유리한 방식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며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한번 미뤄 사용할 것을 계획하는 경우엔 거주 보장기간이 크게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서울지역 전세 시세가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도 5%를 조금 넘게 인상하는 것은 집주인들보다 세입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4억6876만원으로 기록했다. 이는 2년 전인2018년 8월(4억3122만원)과 견주면 3754만원 높아진 것이다. 변동률로 따지면 9% 가까이 된다.
특히 강남, 목동 등 거주 선호지역의 경우 2년만에 시세 격차가 더욱 급격하게 벌어졌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59㎡는 최근 전세시세가 약 14억원에 육박한다. 2년전인 2018년 6월 전세 실거래가가 10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0%가량 치솟았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1㎡는 2년 전에는 12억5000만~13억원선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엔 1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했다. 값으로는 최고 4억원, 변동률로는 32% 뛰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주인들 사이에선 세입자 내보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으면 새 집주인이더라도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까지 나오면서 집주인들의 속은 더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기존의 임대차 계약 내용을 승계하게 된다"며 "세입자가 이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해도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세입자가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할 경우 계약 단계에서 세입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집주인이 잠깐 들어와서 살다가 다른 세입자를 받는 방법이 얘기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녹록치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허위로 얘기하거나 잠깐 들어와서 살다가 다른 전세 계약을 맺었다면 기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을 감시해야 하는지, 별도의 기관이 이런 부당한 거래를 감시하는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또 기존 세입자를 내보냈지만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나서 실거주 의무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세를 놓는 등 불가피한 경우라면 손해배상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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