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금융부 기자) 3년 전 온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비트코인 광풍'은 가상화폐의 가격 거품이 꺼지고, 정부가 초강력 규제를 들고 나오면서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스타트업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앞다퉈 추진하던 가상화폐공개(ICO)는 뚝 끊겼다. 앉아서 떼돈을 벌어들이던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성장세도 꺾였다.
블록체인 업계가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으면서도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다.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던 가상화폐 거래가 당국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코인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가 업계 안팎의 이런 '자가발전'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라며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금융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제도권 금융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사업자 지위를 인정받고 제도권 금융에 편입된다는 내용의 한 언론 보도를 반박하면서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2021년 3월 25일부터 고객 확인, 자금세탁방지 등의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금융위는 "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의무는 카지노사업자 등에도 부과되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일종의 '사행성 업종'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런 이유로 해외법인에 사업자금을 보내려 해도 은행에서 해외송금이 막혀 있다고 하소연해 왔다.
가상화폐는 올 들어서도 생각보다 많은 양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에서 이뤄진 거래는 3억1427만건에 달했다. 거래금액은 114조9081억원으로, 하루 평균 7609억원꼴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수십 곳이 난립했던 거래소는 상위권 업체인 빗썸과 업비트 정도만 이익을 내고, 나머지는 정리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점유율 1위 빗썸은 올 상반기 매출 908억원, 순이익 501억원을 기록했다. 이익률은 55.1%. 매출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웬만한 업종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알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 가상화폐 거래소는 신규 가입자가 많지 않지만 기존 이용자의 거래만으로도 안정적인 거래 수수료는 벌 수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여전히 커 '대중적 투자처'로의 입지 구축은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즘 젊은 층이 주식과 부동산에 열광하고, 코인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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