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17일 3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한국금융지주도 오는 22일 1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사가 발행하는 첫 회사채다. 조달 자금은 전액 단기차입금인 환매조건부채권(RP)과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RP 등 단기차입 비중을 축소해 자금 조달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일시적인 유동성 불안을 겪었던 두 금융회사의 대규모 단기차입금 상환은 ‘증권산업 급전 수요’가 감소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다.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3월 해외 거래소로부터 1조원 안팎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청)을 받고 단기차입금을 크게 확대했다. 주가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손실(녹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 증권사는 ELS 관련 증거금을 직접 부담하는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RP 매도(차입) 잔액은 작년 말 14조2000억원대에서 6월 말 현재 16조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RP는 얼마 뒤 이자를 붙여 되사오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매도하는 증권으로, 증권사의 대표적인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9조원대였던 RP 매도 잔액은 6월 말 기준 12조원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CP 발행금액은 1000억원대에서 2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국금융지주의 CP 잔액도 이달 현재 7600억원으로 연초 대비 2000억원가량 불어났다.
증권사들의 CP 발행 물량 부담이 낮아지면서 CP 금리는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최상위 신용등급(A1)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0.01%포인트 내린 연 1.22%로 14거래일 연속 내려갔다. CP 시장은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증권사들의 발행이 몰리면서 지난 4월 2일 연 2.25%까지 금리가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증권사의 초단기 차입(콜차입) 한도를 늘리고, RP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에 힘써야 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등 늘어난 우발 채무 관련 위험은 여전히 증권사의 잠재적 유동성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산업의 우발채무 잔액은 지난 1분기 자기자본의 77%인 45조4000억원대에 이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위기는 넘겼지만 부동산 침체로 우발채무 현실화가 나타나면 중소 증권사를 중심으로 다시 유동성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