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매장 매각과 관련해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홈플러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한 사측 관계자는 하소연부터 시작했다. 언제 적자로 전환할지 모를 경기 안산점을 매각하려고 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가려면 지역 사회에 상생기금을 납부하라는 ‘황당한’ 중재안을 냈다는 얘기였다.
안산 지역 정치권에선 수위가 더한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 상록구을)은 지난 14일 홈플러스 노조가 주최한 매각 반대 간담회에서 “홈플러스가 안산에 들어와 수많은 자영업자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안산점 철수를 찬성해야 할 것 같은데 결론은 “안산점 매각은 절대 안 된다”였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매각 대금은 채무 상환과 전자상거래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것”이라며 “점포 매각 이후 해당 점포의 직원들은 온라인 서비스 부문에 배치될 예정이고 이를 위한 재교육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초 이미 부동산 개발업자와 안산점 매각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안산시의회가 도시개발계획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기로 하면서 안산점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시의회는 안산점 인수자가 건물을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려 한다는 점을 노렸다. 주상복합에 한해 용적률을 기존 1100%에서 400%로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18일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안산점 매각이 기정사실화하자 노조가 지역 정치인들을 설득해 조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사갈등의 근본 원인을 2010년부터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서 찾고 있다. 2010년 출점을 규제하고 2012년 월 2회 영업금지를 못박은 후부터 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이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새로 출점하려면 지역 상인들과의 합의를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상생기금을 내야 한다. 또 영업시간까지 제한받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는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매장은 2013년 139개에서 지난해 140개로 한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의 신규 출점도 작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도 최근 2년간 고작 2개를 늘렸다. 주 2회 영업제한은 140개 매장을 기준으로 연간 1조1088억원(홈플러스 추산)의 매출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는 사실상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37%(8월 말)로 커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유통시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고용 확대를 주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목을 조르거나 죽이려는 규제 법안을 늘리는 데만 열심”이라며 “육성 방안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만 바로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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