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영업이익 1兆 시대 연다

입력 2020-09-15 17:39   수정 2020-09-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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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이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영향 등으로 대다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성장세다. 작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그룹이 삼성 SK 현대자동차 롯데 LG GS 등 여섯 곳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셀트리온의 약진은 산업계 판도도 바꿔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영업이익 총합은 1조3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13개 주요 증권사의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68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4% 늘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1조7408억원이다.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영업이익은 322.1% 증가한 3514억원, 매출은 1조8479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에 머물던 셀트리온이 신약에 준하는 제품으로 새 시장을 개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꾼 램시마SC를 올해부터 본격 판매하고 있다. 램시마 후속으로 출시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가 미국에서 19%의 점유율을 올리는 등 매출군도 다양해졌다.
"오리지널보다 잘팔려"…셀트리온, 복제약에 혁신 담아 유럽 석권
셀트리온그룹이 한국 바이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연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 시장을 만들어낸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22년엔 블록버스터 의약품 기준인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제품도 등장할 전망이다.
1조원 의약품 곧 나온다
셀트리온그룹 매출은 류머티즘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3종의 바이오시밀러에서 대부분이 나온다. 이 중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와 로슈의 맙테라를 넘어섰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슷한 약효를 내지만 30%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본 전략이 통한 것이다.

2015년 유럽에 출시된 램시마는 4년 만에 레미케이드를 넘어섰다. 의료정보 제공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램시마와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의 점유율은 57%를 기록 중이다. 올해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확실시된다. 램시마 출시 첫해 89%에 달했던 레미케이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28%까지 떨어졌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 성장의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램시마SC는 인플릭시맙 성분의 약물 중 유일한 피하주사 제형이다. 미국 일본에서는 신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존슨앤드존슨도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제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데 실패했다. 셀트리온은 2038년까지 특허를 보유한다. 셀트리온은 이 제품이 2022년 연 매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룩시마, 미국에서 19% 점유
트룩시마는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출시 첫해인 2017년 유럽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한 트룩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맙테라(78%)에 한참 뒤처졌다. 하지만 이듬해 점유율 64%를 차지해 28%를 기록한 맙테라를 앞질렀다. 현재 트룩시마의 점유율은 68%를 기록 중이다. 허쥬마는 유럽 시장에서 1분기 점유율 19%를 기록했다.

전망도 밝다. 유럽에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3종 모두 허가를 받고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작년 11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트룩시마는 지난 7월 기준 점유율 19%로 3위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의 점유율 공고할 것”
셀트리온은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의 이점을 살려 시장을 선점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 혁신적인 경쟁 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 선점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다”며 “처방이 늘수록 환자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대형 제약사들은 이런 점 때문에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 화이자는 전임상 단계에 있던 다섯 개 제품 개발을 최근 중단했다. 암젠은 레미케이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유럽 허가를 철회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개발 비용이 낮아지는 것도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 측은 과거 한 개 제품 개발을 위해선 3000억~4000억원이 들었지만 최근엔 1000억원 미만이 든다고 설명했다.

제품 수율이 높아지는 것도 긍정 요인이다. 2017년 램시마는 전사적으로 배양 조건과 원재료 배합 최적화에 나서면서 제품 영업이익을 10% 정도 높였다. 현재 트룩시마와 허셉틴에 대한 수율 향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말께 치료제에 대한 긴급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2·3상에 들어갈 예정으로 연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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