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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only live once(인생은 오직 한 번뿐).’ 이 문장 네 단어의 앞 철자를 딴 ‘YOLO(욜로)’라는 단어가 2017년께 크게 유행했다. ‘인생 한 번뿐인데’ 마음껏 즐기라는 말이다.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주로 20~30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했다. 이 마케팅은 먹혔다. 오늘의 만족을 찾아 소비하는 밀레니얼은 소비시장의 가장 큰 고객이 됐다. 욜로의 유행 이면에는 체념이 있었다. ‘성공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이며, 불확실한 미래보다 오늘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었다. 저성장, 취업난 등에 지친 고단한 청춘들은 그 탈출구로 위안, 힐링, 욜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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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은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힐링, 부동산 서적을 순위권 뒤로 밀어내고 경제, 주식 투자 관련 서적을 맨 앞자리 순위로 이동시켰다. TV 프로그램도 바꿔놨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주식과 돈 얘기가 등장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욜로는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이라며 “누구나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젊은 층에게 조언했다. 방송 이후 이 발언을 편집한 영상에는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이 달렸다. 밀레니얼은 또 ‘신사임당’ ‘슈카월드’ ‘슈퍼개미 김정환’ 등을 구독자 수십만 명의 인기 유튜버로 만들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30세 여성 안모씨는 직장생활 4년차다. 회사, 집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데 회의감이 들던 차에 존 리 대표가 출연한 방송을 보게 됐다. 그는 자극을 받았다. “‘나도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싶어 서점으로 가 주식 관련 책을 사고, 퇴근 후엔 경제 유튜브를 보며 재테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2030세대의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2030이 주로 이용하는 카카오페이증권 계좌는 서비스 개시 6개월도 안 돼 120만 개를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2030의 계좌 개설이 늘자 특화한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점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20~3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책 1위는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이 쓴 《돈의 속성》이다. 2위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2020·개정판)》, 3위는 《부의 대이동》으로 톱3가 모두 ‘돈 버는 법’과 관련된 책이다. 올초 출간된 존 리 대표의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출간 6개월 만에 10만 부가 판매되며 리커버 한정판이 나왔는데 이 책도 7위에 올랐다. 10위 안에 오른 책 중 에세이는 두 권이었고, 소설은 한 권도 없었다. 50위권에 포함된 책 중 한동안 인기였던 부동산 서적은 사라졌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지난해에는 미래전망서나 트렌드 위주의 경제·경영서 외에는 에세이와 인문 분야가 강세였지만 올해는 경제·경영 이론서, 재테크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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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곳은 ‘신사임당’이다. 구독자 수가 16일 기준 100만 명에 달한다. 신사임당 유튜버(본명 주언규)는 한국경제TV 증권팀 PD 출신이다. 그는 최근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월급 180만원을 받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5년 만에 월수입이 많을 때는 1억8000만원으로 100배가 늘어 인생 역전한 재테크 노하우를 털어놓기도 했다.
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슈카월드’도 인기다. 슈카월드 운영자인 슈카(본명 전석재)는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유튜버가 됐다. 이런 이력을 살려 어려운 경제 이슈를 재밌고 쉽게 알려주는 입담으로 유명하다. 지난달엔 유명 투자가 짐 로저스를 섭외해 인터뷰하기도 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슈퍼개미 김정환’, 단타매매 전략을 주로 알려주는 ‘창원개미TV’ 등도 30만 명 안팎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채널이다. 존 리 대표가 진행하는 ‘존리라이프스타일 주식’은 구독자가 24만 명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가 운영하는 채널 구독자 수보다 서네 배 많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코로나19로 고객들과 ‘대면상담’이 어려워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줌 등을 활용한 ‘웨비나(webina·온라인 세미나)’로 대체하고 있다. ‘주린이’들은 집에서도 화상을 통해 투자설명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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