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벤츠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 A씨(33·여)가 구속된 가운데 동승자 B씨(47·남)가 합의금을 주겠다며 A씨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YTN 보도에 따르면 B씨 지인은 사고 후 A씨에게 "(유족과) 합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 네 형량을 줄이기 위해 B씨에게 협조하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B씨 지인이 A씨에게 "합의금을 낼 능력이 없지 않느냐"며 "B씨가 (형사 사건으로) 입건되면 도와줄 수가 없다. B씨를 적으로 만들 때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 'B씨가 술에 취해 음주운전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해달라'며 회유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를 옹호하는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오히려 대리기사를 부르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B씨가 운전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B씨가 '네가 술을 덜 마셨으니 네가 운전을 해라' 그렇게 시켰다고 했다"며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든 당사자, 그리고 남자들이 계속 붙어 있는 상태에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는데…"라고 덧붙였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B씨는 단순 방조 혐의가 아니라 타인을 부추기거나 시킨 혐의를 받는 '교사범' 혐의를 적용받게 돼 형이 무거워진다. 교사범은 범죄를 저지른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해당 내용을 입수하고 추가 수사에 들어간 상황. 앞서 경찰은 B씨가 회사 법인차량의 잠금장치를 풀어준 행위를 근거로 적극적 음주운전 방조로 판단하고 B씨를 입건했다.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은 지난 9일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던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씨(54?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 사망한 피해자 C씨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사건 전후 사정을 알려 공분을 샀다.
당시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고,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었다. 벤츠 차량은 사고 당시 조수석에 함께 탔던 B씨의 회사 법인 소유였다.
조사 결과 B씨는 사고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지인인 남녀 2명과 함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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