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관계정상화 협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와 수교에 합의한 것은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 이후 26년만이다.
이날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AE, 바레인, 이스라엘 측과 '에이브러햄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에이브러햄은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교(UAE·바레인)에서 선조 격으로 꼽히는 인물인 아브라함의 영어식 이름이다.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각각 양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3개국이 3자 협정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승리라며 자화자찬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자리”라며 “수십 년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날 공개된 합의문에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레인과 이스라엘간 평화협정 문서는 전체 분량이 한 장에 불과하다. 역내 평화·안보·번영을 추구하고, 양국간 국교를 수립한다는 내용 이외에는 양국간 실제 협력 방안에 대한 내용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UAE와 이스라엘간 평화합의는 그보다는 내용이 길다. 양국간 대사를 '가능한 빨리' 교환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각국간 대사관 설치 시기 등 세부사항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최대 갈등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합병 문제에 대한 내용도 매우 모호하다. 앞서 UAE는 이번 합의에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추가 합병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방송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합병을 '지연'하는 데에만 동의했을 뿐, 서안지구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합병 계획 자체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걸프 각국이 라이벌 국가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일단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걸프 아랍국이 대부분 이슬람 수니파인 반면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좌장격 국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 시도를 앞두고 중동 각국과 이스라엘 평화 중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수석고문 등이 각각 중동 각국을 순회방문했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가 아직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은 상태다. 카타르는 전날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사우디도 당분간 평화협정 의사가 없다는게 현지언론들의 중론이다.
롤와 알크하터 이스라엘 외무차관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관계 정상화는 역내 갈등의 핵심이 아니고, 따라서 해답도 될 수 없다"며 "갈등의 핵심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국가가 없는 채로 외국 세력의 점령 하에서 악조건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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