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뇌리에 박혀 있는 말이 하나 있다. ‘업(業)의 본질’이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사진)이 강조하는 백화점에 관한 철칙이다. 정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얹어 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업”이라며 “백화점은 고객에게 설렘을 주는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경영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강남점은 작년 말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이때가 글로벌 5위였다. 일본의 이세탄 신주쿠, 프랑스의 갤러리 라파예트, 영국의 해러즈, 일본의 한큐 우메다 뒤였다. 강남점 매출이 올 상반기 전년 말 대비 0.8%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순위가 톱3 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신세계 도약의 배경은 역발상이다. 신세계는 불황기에 다른 백화점들이 할인 매대를 늘릴 때 오히려 이를 없앴다. 신세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할인 매대를 만들자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콘텐츠로 승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다른 백화점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릴 때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을 확대하고 고급화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같은 물건이라도 다르게 팔자는 것이 신세계가 가장 열심히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한 동 전체를 가구 등 생활 장르로 채운 타임스퀘어 리빙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화점업계 활로는 명품시장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께부터 소비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당시 일본 언론은 ‘슈퍼마켓에서 장바구니만큼 보기 흔한 게 루이비통 가방’이라는 현상을 자주 보도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명품이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소위 재벌 자제들이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됐으나 요즘은 청년창업가, 의사 등 전문직을 비롯해 청소, 배달 등으로 돈을 벌어 자신을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젊은 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세계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연령대별 매출 비중이다. 롯데, 현대, 갤러리아 등 다른 백화점의 최대 매출 고객이 40대인 데 비해 신세계만 유독 30대가 1위(작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30대 비중이 29.3%로 40대(28.0%)와 50대(21.9%)를 제쳤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30대가 백화점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