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경영이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 같은 ‘상품’을 소비하면서 마치 위대한 예술가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아름다움과 심적 감동을 경험하게 하고, 해당 상품과 생산자의 지속적 팬이 되게 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적 매출 성장과 이익을 가능케 하는 경영 방식을 말한다.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인 기업 구성원이 생산 활동 과정에서 예술가와 같은 창작의 희열과 감동을 경험함으로써 미학적 생산 주체로서의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할 때 언제, 왜 감동할까. 1992년 3인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라는 노래를 발표했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이 노래는 당시 젊은 층인 ‘X세대’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미디 일렉트릭 사운드의 관능적 청각 자극을 선사했다. 이에 사로잡힌 X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 됐다. 이 같은 기대 이상의 ‘관능성’ 경험이 미학경영의 첫 번째 비밀 코드다.
세 번째 비밀 코드는 감상자의 ‘현존성’이다. ‘교실이데아’를 처음 들은 X세대 중·고등학생들이 느꼈을 속 시원함과 통쾌함을 상상해보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살맛 나 하던 순간의 기억은 X세대 뇌리에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살맛 나는’ 느낌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경험시킬 것인가가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미학경영의 비밀 코드다.
“줄을 서시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 세 가지 비밀 코드가 작동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밤새워 줄을 선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와 BTS 콘서트 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은 이전에 없던 디자인과 화면 구성, 소리, 촉감 등 디테일에 감동했다. “예뻐, 깔끔해, 심플해, 편리해”를 연발하면서 애플의 철학에 열광했다.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이런 기대가 반복적으로 충족되면 평생 ‘애플빠’가 된다.
팬들은 이 가사가 던지는 메시지를 BTS의 철학적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공감한다. 이뿐만 아니다. 가까운 공연장에서, 멀리 북·남미 대륙 곳곳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팬들은 웃고, 울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서 BTS와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팬들은 이렇게 평생 ‘BTS ARMY’가 된다.
모든 상품에서 필요를 충족시키는 ‘기능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제는 뛰어난 기능성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미친 ‘관능성’, 마음 깊숙이 박히는 ‘정체성’, 무엇보다 소비자를 살맛 나게 해주는 ‘현존성’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김효근 <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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