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에는 한화종합화학이, 나녹스에는 SK텔레콤이 지분 투자를 해놓고 있다. 니콜라와 나녹스는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산 미국 주식 10위 안에 들어 있는 종목이다.
잘나가던 나녹스 주가는 공매도 행동주의 투자자인 시트론 리서치에 발목이 잡혔다. 시트론은 15일 나녹스가 기술력을 입증하는 특허는커녕 작동하는 시제품도 없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품 승인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GE는 지난해에만 1000명의 연구진과 10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엑스레이 CT 연구에 쏟아부었다”며 “2018년 설립돼 연구인력 15명에 750만달러밖에 투자하지 않은 나녹스가 GE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나녹스가 공시한 제품 구매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고객’은 대만의 노점상과 브라질의 페이퍼컴퍼니 정도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시트론은 “나녹스는 주식 사기에 불과하다”고 결론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힌덴버그 리서치의 니콜라 보고서 발표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시트론과 유사한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이 과거 발표한 시제품과 자료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콜라 주가는 보고서 발표 이후 17.22% 하락한 상태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해 2대주주가 됐고,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지분 6.11%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공매도 행동주의가 생긴 원인을 공매도의 어려움에서 찾는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최대 수익이 99%로 제한되는 반면, 최대 손실폭은 무제한인 극도로 위험한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널리 알림으로써 투자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투자기법이다. 미국 금융당국도 보고서 내용에 오류가 없고, 무료로 배포되며, 펀드 수익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조건 아래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동주의 활동을 허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기업의 비리나 부정을 찾아내 수익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시장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공매도 행동주의는 2010년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과 함께 전성기를 맞는다. 높은 성장률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 투자자들은 회계 및 사업 관행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올린 투자자는 ‘머디워터스(흙탕물) 캐피털’의 카슨 블록이다. 블록은 지난 10년 동안 시노포레스트, 오리엔트페이퍼, 탈 에듀케이션, 아이치이, 루이싱커피 등 무수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을 폭로하면서 ‘중국 기업의 저승 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머디워터스는 루이싱커피 공매도를 위해 15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해 루이싱커피 매장 내 영상 1만1260시간어치를 분석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올 들어 나스닥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고평가된 기업의 부정을 탐구하는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차노스는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으로 집중된 유동성이 ‘사기의 황금기’를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매년 40~50%의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관계자와 각종 수상한 거래를 일삼는, ‘사실이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기업들을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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