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일전’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화웨의 빈자리를 노리는 업체들의 주문을 따내기 위한 ‘수주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주전 결과에 따라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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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세계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15.1%로 예상되는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년 후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는 곳으론 삼성전자,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꼽힌다. 통신장비 시장에선 노키아, 에릭슨 등이 유력 후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주문을 줄이는 만큼 경쟁사들의 주문은 늘어날 것”이라며 “화웨이 대체 수요를 잡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격전지로 이미지센서 시장이 꼽힌다. 옴디아의 2분기 추정치 기준 세계 1위는 소니(42.5%), 2위는 삼성전자(21.7%)다. 소니는 화웨이 프리미엄 폰에 이미지센서를 주로 납품하며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주력이다. 화웨이 제재로 이 업체들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니 고위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대상으로 고객 다각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영역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도 격전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2분기 기준 33.1%의 점유율로 세계 1위지만 2위 일본 키옥시아(점유율 18.9%)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10.7%로 5위권이다. 키옥시아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상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글, 페이스북 등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생산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MLCC와 관련해서도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의 ‘화웨이 대체 수요’ 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장비용 반도체를 만드는 일본 르네사스는 화웨이를 대체할 에릭슨, 노키아 등의 주문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화웨이 대체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메모리반도체, 이미지센서 등의 판매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체들이 쌓인 재고를 처분하고 새로운 주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가격 인하’ 카드를 제시할 것이란 논리다. 국내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화웨이 대체 수요를 누가 많이 잡느냐에 따라 반도체산업 판도가 바뀌는 상황”이라며 “가격은 두 번째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국 제재에 대비한 화웨이의 재고 확보 작업이 끝났다는 점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키라 미나미카와 옴디아 연구원은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사라진 이달 중순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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