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화폐 등 229개 지방자치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내놓은 지역화폐는 올해 발행 규모가 9조원에 이른다.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지만, 실상은 지자체장들의 선심 경쟁의 산물이다. 그동안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조세연은 효과는 없고 발행 비용과 소비자 후생손실 등 경제적 순손실이 올해 226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게다가 중앙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해 발행액의 8%를 국고보조금으로 메워준다. 10% 할인에 투입되는 정부·지자체의 올해 예산만도 9000억원에 달한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2016년 1168억원에서 내년 15조원으로 5년 새 128배 폭증하는 데 대해 국책연구소가 뒤늦게나마 ‘경고 휘슬’을 분 셈이다.
이 지사는 “조세연이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데이터를 이용했다”며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몰아세웠다. 경기도는 올해 ‘재난 기본소득’으로 1인당 10만원씩 1조3000억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뿌린 데 이어 ‘추석 경기 살리기 지역화폐’도 발행할 참이다. 이와 관련해 “정책 비판에 이렇게 반응하는 정치인이 더 큰 권력을 쥐면 한국판 분서갱유가 벌어질 것”(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논란은 더 번지기 전에 기획재정부가 정리하고 가는 게 맞다. 국가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 나라 살림살이가 기재부의 주된 책무다. 하지만 기재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가 이 지사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물러선 바 있다. 이번에도 입장 표명을 회피하거나 엉뚱한 결론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차제에 기재부는 방만한 지방재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다. 지방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에서 올해 50.4%로 떨어졌다. 경기도처럼 지방채로 빚을 내 재난기본소득을 뿌리겠다는 곳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런 포퓰리즘은 기재부가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지자체 파산제도가 없어 지자체 부실이 고스란히 중앙정부로 전가된다. 홍 부총리는 이달 말이면 재임 660일을 넘어 역대 두 번째로 장수한 기재부 수장이 된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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