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해임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법인카드 사용 등에서 구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안팎에선 “지난 6월 보안검색요원 1900여 명에 대한 직고용 발표 후 불거진 혼란을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이 다 된 사택 부근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을 뜬금없이 다시 문제 삼은 것도 이런 시각에 설득력을 더한다.
구 사장이 “자진 사퇴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문제가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분명한 건 이 회사가 코로나 사태 속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化)’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만신창이가 돼 간다는 사실이다. 보안요원 직고용 발표 후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잇따라 투쟁에 나서 내부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다. 한 교수단체가 “직고용이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불러온다”며 구 사장과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년들 사이에선 ‘인국공 사태’가 불공정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지킨 알짜 공기업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에다 이런 혼란이 겹쳤으니 성과가 정상일 리 없다. 이용객 급감으로 지난해 대규모 흑자(8905억원)에서 올해는 3200억여원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당선 직후 맨 처음 이곳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0)’라는 공약 이행을 선언하면서 이 회사를 ‘성지(聖地)’로 만든 대가가 이렇게 크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대개 그렇듯,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선의로 시작해 부작용만 쌓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인원이 연말까지 20만 명을 넘어선다고 자화자찬하지만, 340개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이 4년 만에 7조원 급증하는 건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강압적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중단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제2, 제3의 인국공 사태를 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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