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6개월여간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에 그룹의 역량을 쏟아야 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추진하던 인수합병(M&A)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은 17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며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3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식을 생략한 채 서울 남대문시장지점으로 가 코로나19 피해 지원 상황을 살폈다. 우리금융의 소상공인 지원은 그 어느 금융그룹보다 빠르다는 평을 들었다. 손 회장은 “8월 말까지 16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지원했다”며 “긴급히 시행된 1차 소상공인 대출의 한도소진율은 취급 금융사 중 가장 높은 95%에 달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경영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은 업종은 없다”며 “위기극복 과정에서 그룹 전체가 힘을 뭉치게 됐고, 대응시스템 전반을 정비하는 ‘전화위복’의 효과도 거뒀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그룹 성장의 기회로 삼을 계획을 마련했다. 정부 정책 발표 직후인 지난 7월 그룹 내에 뉴딜금융지원위원회를 조직했다. 향후 5년간 뉴딜 분야에 10조원(대출 및 투자)의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손 회장은 “한국판 뉴딜은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기회”라며 “금융사들도 이에 발맞춰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녹색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과 소셜벤처 발굴 및 지원을 강화해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5월 만든 그룹 디지털혁신위원회가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손 회장은 “고객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개편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에 대한 준비는 속도를 높여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숙원 사업이던 내부등급법 승인을 지난 6월 받은 만큼 M&A에도 나설 계획이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저금리 기조가 더 장기화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은 더 올라갔다”며 “증권, 보험, 핀테크 업종에 대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인수 기준에 대해서는 △미래 금융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지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가 날지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영업 주력 회사인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간에 공동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지난해 새로 편입된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 등 자회사들도 그룹 체제에 빠르게 안착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일 방안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K방역’ 효과가 나타나고,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세에 접어들면 저평가 현상이 진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손 회장은 “외부 여건이 안정화하면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고, 기존 비대면 중심 기업설명회(IR)의 대면 전환 및 해외 IR을 통한 해외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부문에선 ‘신남방’이 주된 공략 대상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대면 영업이 ‘대세’가 됐다”며 “국외 영업점 모바일 뱅킹을 개편하는 동시에 현지에 맞는 비대면 전용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고성장 국가인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삼아 현지 영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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