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어코퍼레이션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약 18%)의 주방용품 업체다. 한국에선 생소한 회사지만 미국에선 ‘국민 브랜드’로 통한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인기가 많아 세계 주방용품 시장에서 테팔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토머스 켈러, 코리 리 등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세계적 셰프들도 이 회사의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어코퍼레이션은 지난 5월 한국 시장에도 전격 진출했다. 서울에 한국지사인 마이어코리아를 설립하고 7월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 진출을 결심하게 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스탠리 쳉 마이어코퍼레이션 회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한국 시장은 기술 수준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직접 한국 음식을 연구하기도 했다. 쳉 회장은 “한국인은 고춧가루·고추장·된장 등 양념을 많이 사용한다”며 “한끼에 밥, 국, 반찬 등 다양한 요리를 차려 먹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마이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18개 브랜드 가운데 한국에 가장 먼저 상륙한 브랜드는 마이어와 아놀론이다. 마이어는 신제품 ‘액센트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인도·영국·일본 등 6개국 가정집을 방문해 조리 과정을 살펴보고,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제품이다. 다양한 요리를 한끼에 준비하는 한국 음식 문화에도 안성맞춤이라고 쳉 회장은 설명했다.
아놀론 제품은 ‘하드 아노다이징’이라는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냄비나 프라이팬보다 두 배 더 내구성이 뛰어나다. 맵고 짠 양념으로 요리하더라도 오랜 기간 코팅이 벗겨지지 않고 새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쳉 회장은 “두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혁신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쳉 회장은 “당시 공학 학술지에서 음식이 프라이팬에 눌어붙지 않도록 하는 코팅 재질 ‘테프론’이 출시됐다는 글을 읽었다”며 “순간적으로 주방용품이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그는 ‘혁신의 대가’로 불린다. 공학도 출신 경영자답게 기술과 혁신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평가다. 마이어코퍼레이션엔 ‘최초’ 타이틀이 붙는 신기술도 많다. 하드 아노다이징 ‘논스틱’ 알루미늄 제품이 대표적이다. 기존 코팅 재질보다 훨씬 내구성이 높아 오랜 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려도 끄떡없는 인덕션용 알루미늄 논스틱 프라이팬, 기존 스테인리스 냄비보다 네 배 더 단단해 긁힘이나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 제품 등이 있다.
그의 경영철학도 혁신과 맞닿아 있다. 쳉 회장은 “마이어코퍼레이션의 핵심 가치는 지속적인 발전”이라며 “경영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직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그들이 더 깊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성공하려면 제품도 훌륭해야 하지만 ‘강한 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충성과 신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리 회사의 주요 간부 중 일부는 나와 40년 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리더 양성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늘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쳉 회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3월만 해도 물류창고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고 한다.
쳉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자세로 대처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이어코퍼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오프라인 판매는 줄었지만 온라인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요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방용품 수요도 커졌다. 올해 1~7월 마이어코퍼레이션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하며 경쟁사를 크게 앞섰다. 10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물류와 전자상거래 투자를 늘린 덕분이다.
쳉 회장은 “지금은 상황을 유지하기보다 변화하고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마이어코퍼레이션은 사람들이 부엌에서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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