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판 A씨는 전세 세입자 B씨로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A씨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7월 31일 이전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B씨는 “세입자 동의 없이 집을 팔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명도와 손해배상 등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기간 임대차 기간과 관련한 상담 건수는 438건에서 2105건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세입자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더 살 수 있는지,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이 크다”고 설명했다.
법률구조공단 분쟁조정위에 계약갱신과 관련해 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크게 늘었다. 이 기간 계약갱신종료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은 총 18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3건)의 6배였다.
가장 많은 갈등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새 임대인)와 계약갱신을 원하는 기존 세입자 간 분쟁이다. 국토교통부가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둔 주택 매수와 관련해 지난 10일 내놓은 해석에 따르면 세입자가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했으면 매수인이 집을 사도 입주할 수 없다.
매수인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세입자가 갱신 요구를 하는 경우에만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2일 “집주인이 임대를 놓은 상황에서 주택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매수인의 입주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던 해석을 뒤집었다. 다만 A씨 사례처럼 법 시행 전에 계약을 맺으면 예외를 적용받아 기존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서울 송파구 K중개법인 대표는 “정부가 세입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일단 버티고 보자’는 세입자가 많다”며 “합의금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의심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소송에 들어가면 정부 해석이 뒤집힐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법의 기본논리와 상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매각을 위해 계약갱신청구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0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유민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가해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가해 행위가 위법해야 한다”며 “악의를 갖고 매도한 게 아닌 이상 실제 법원에서 750조를 적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향훈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법 자체가 완결성이 부족해 다양한 소송을 통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며 “관련 판례가 쌓일 때까지 최소 3년간은 계약갱신청구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정/신연수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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