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0조 배터리社 키운다"…압도적 1위 굳히기 '짜릿한 도전'

입력 2020-09-17 17:33   수정 2020-09-18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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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인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워 글로벌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행보다. 시장에선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스타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4년 뒤 매출 30조원 회사로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의했다. 신설 법인 이름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정했다.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을 할 계획이다. 자본금은 1000억원, 자산총계는 10조2552억원이다.

분사 승인을 위해 다음달 30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분사를 위해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라는 두 가지 특별결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LG화학의 최대주주는 (주)LG로 지분 30.06%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지분 약 10%를 소유한 국민연금이다. 업계에선 “주총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설 법인 대표는 전지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사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지만 LG 측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LG화학은 주총 승인을 거쳐 오는 12월 1일 배터리 사업을 완전히 떼낼 예정이다. 업계에선 내년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장 이전에 대규모 투자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회사 측은 “상장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이날 배터리 부문 분사와 함께 비전도 내놨다. 신설법인 매출 목표를 2024년 30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작년 약 8조4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약 13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평균 30~40% 매출을 늘려나간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영업이익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자동차 배터리산업이 아직은 태동기여서 이익을 내기보다 매출을 늘리는 등 덩치를 키우는 데 더 집중할 예정이다.

배터리 생태계 구축
신설 법인의 사업 내용도 사명인 LG에너지솔루션에 걸맞게 단순 제조를 넘어 배터리 관련 종합 서비스 기업을 표방했다. 배터리 소재와 완성품, 배터리 팩 등의 사업을 수직 계열화하고 배터리 교체와 수거, 대여, 회수, 재사용 등 관련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도해 새로운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은 분사 이유로 ‘타이밍’을 꼽았다.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전환(영업이익 1555억원)을 이뤄낸 영향이 컸다. 내부적으로 지속가능한 흑자 구조를 갖췄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배터리 사업의 ‘홀로서기’를 결정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것도 이유다. LG화학은 배터리 주문이 밀려들면서 생산시설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액은 150조원으로 이를 제때 소화하기 위해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 배터리 분사와 투자 유치,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LG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운영 등도 분사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재 사업본부 형태인 조직을 독립된 법인으로 승격시켜 의사결정 때 권한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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