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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이식학회에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사진) 발표를 본 해외 석학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이 교수는 살아있는 기증자 두 명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 한 명에게 이식하는 2 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보고했다. 세계 첫 시도였다.
20년 뒤인 지난 7월 이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팀은 7000건의 이식수술을 성공하는 대기록을 썼다. 세계 최다 기록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아산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 분야 최고 석학 반열에 올랐다. 그는 17일 “1992년 첫 간이식 수술 이후 많은 중증 환자를 수술했음에도 성공률이 98%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인 팀워크 덕분”이라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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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번째 간이식 수술 환자도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황달 등의 증상으로 담즙성 간경변증 진단을 받은 67세 환자 임모씨는 “어머니를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아들 이모씨(41)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았다. 수술을 집도한 이 교수는 “중증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로 수술법을 개발하면서 기증자와 수혜자 영역을 넓혔기 때문에 7000건의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가 개발한 2 대 1 생체간이식은 작은 메모 한 장으로 시작했다. 당시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삶을 살던 김유영 씨에게 생체간이식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가족은 모두 좌엽이 다른 사람보다 25% 정도 작았다. 우엽을 떼어주고 나면 기증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이 교수는 ‘하나로 부족하다면 두 개는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간 모양 삼각형 종이를 오려 노트에 붙였다 뗐다 하면서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2000년 3월 21일 23시간 걸리는 대수술 끝에 그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열었다.
당시 생체간이식 수술 강국은 일본이었다. 수술 후 상황은 역전됐다. 이 교수팀이 간이식 수술을 배워온 일본 교토대, 독일 함부르크대 의료진도 서울아산병원의 수술 기술을 배워갔다. 이 교수팀에게 수술받기 위해 미국 칠레 등에서 한국을 찾은 환자는 112명에 이른다.
세계 간이식의 역사를 쓴 순간에도 이 교수는 환자를 떠올렸다. 그는 “20년 전 세계 처음으로 시도한 2 대 1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환자처럼 우리 팀을 믿고 따라준 환자와 가족이 없었다면 이런 세계적 간이식팀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환자와 기증자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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