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고, 돌리고, 돌돌 말고…스마트폰 '폼팩터'가 바뀐다

입력 2020-09-21 09:01  

LG전자가 지난 14일 공개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 이 제품은 언뜻 보면 평범한 직사각형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메인 스크린(주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절반 크기의 세컨드 스크린(보조 화면)이 하나 더 나온다. 스마트폰을 ‘ㅏ’나 ‘ㅜ’ 모양으로 바꿔서 두 개 화면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LG가 내년께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폰’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으로 당기면 말려 있던 화면이 펼쳐지면서 확장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이미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를 만들어낸 회사인 만큼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직사각형 폰은 식상하다”
몇 년 전까지 반듯한 네모 뿐이었던 스마트폰의 겉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폼팩터(form factor)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다. 폼팩터는 제품의 물리적 외형을 뜻하는 말이다. 원래 컴퓨터 하드웨어 규격을 지칭하는 용어지만 요즘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많이 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화웨이, 모토로라 등은 지난해부터 화면을 접는 ‘폴더블 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 1일 세 번째 폴더블 폰 ‘갤럭시Z폴드2’를 공개했다. 전작(前作)과 비교하면 덮었을 때 화면이 6.2인치로 더 커졌다. 구부리는 각도에 따라 외부·내부 화면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은 올 2월 조개처럼 위아래로 열고 닫히는 형태의 ‘갤럭시Z플립’도 선보였다. 화웨이와 모토로라는 하반기에 새 폴더블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체마다 파격적인 폼팩터에 도전하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디자인, 성능, 내구성 등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웬만한 기능 개선은 혁신으로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처럼 자주 바꾸지도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국인의 평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016년 26개월, 2018년 31개월, 2019년 33개월 등으로 길어지는 추세다. IT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폼팩터 차별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폼팩터 실험 이어지는 이유
스마트폰의 폼팩터를 바꾸면 단순한 외관상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사용자경험(UX)까지 구현할 수 있다. 갤럭시Z폴드2를 ‘ㄴ’자로 접어 세우면 위쪽엔 화면, 아래쪽엔 키보드를 띄워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거치대 없이 사진을 찍기도 편리하다. LG 윙의 경우 주 화면으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면서 보조 화면으로 카카오톡 채팅, 네이버 검색 등이 가능하다. 차량에서 내비게이션 대용으로 활용하기도 수월하다. ‘휴대가 편하다’는 스마트폰의 장점과 ‘화면이 시원시원하다’는 태블릿PC의 장점을 한 기기에서 누릴 수 있게 된다.

SA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12억60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판매량은 9%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새로운 폼팩터를 앞세운 제품들이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은다면 분위기 반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폴더블 폰 등을 출시할 계획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반면 한국, 중국 등의 업체들은 폼팩터 경쟁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연구소에서 실험하고 있는 폼팩터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면이 쭉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폰’의 등장도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어떤 기상천외한 모양의 폰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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