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투자자들의 기세가 거침없다. 올해 신규 개설 증권계좌의 57%를 차지한 2030은 등락폭이 큰 바이오주와 중소형 테마주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봤다. ‘빚투(빚내서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신용거래를 한 올해 신규 개설 계좌의 47%가 2030 투자자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올해 새로 증시에 뛰어든 2030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20%에 육박한다.
하지만 너무나 쉬웠던 성공이 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계속 가파르게 오를 순 없다”며 “단기간에 고수익을 맛본 투자자들이 투자의 기본을 망각한 채 불나방처럼 뛰어든다면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투자자로 출발했던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도 “지금 500만원 투자해 1000만원이 됐다고 좋아하지만 카지노에서 운이 좋아 돈을 딴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와 학습에 기초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이들에게 조언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은 거래하는 게 아니라 저축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사모아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가파른 ‘V자 반등’이 펼쳐지면서 2030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대부분 수익을 봤다. 하지만 단기간에 큰 수익을 맛봐 변동성이 크고 자극적인 종목을 찾는 ‘수익률 중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 투자자들에게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원칙을 가다듬어야 장기간 투자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공격적 투자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서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만회할 시간이 많은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며 “또 행동경제학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으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100% 수익과 손실을 기대할 수 있다면 1억원을 가진 사람은 머뭇거리지만, 100만원을 가진 사람은 큰 고민 없이 베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과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서구 대표는 “유동성 장세에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다 보니 처음에는 공부를 하고 샀던 2030 투자자들도 이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나 재무제표도 안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장세는 사람이 만든 것인 만큼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 순식간에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 대표도 “빨리 돈을 벌려는 조급증과 탐욕 등 개인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건전한 투자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라는 투자의 또 다른 원칙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주식도 계속 오를 수만은 없다”며 “V자 반등 때는 공격적인 투자가 유효했지만 지금은 리스크 관리와 함께 지키는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주가 상승의 계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안 부사장은 “집사람 주변 학부모들이 이번에 네이버나 카카오로 재미를 봤다”며 “아무래도 일상에서 네이버나 카카오를 만날 쓰다 보니 쉽게 투자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의 사이클은 계속 바뀐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 경험이 짧은 2030 투자자에겐 책이 좋은 간접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분산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분산 투자는 최고의 리스크 관리 수단”이라며 “테슬라 같은 종목을 사든 고위험 투자를 하든 최소한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채원 대표는 “주식을 넘어 여러 자산군에 분산 투자한다면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양병훈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