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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사 결정의 후폭풍이 거세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을 보고 투자했지만, 신설되는 (배터리)회사 주식을 한 주도 못 갖게 된 것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곧장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증시의 주류로 떠오른 개미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한국 증시가 저점을 찍은 3월 1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LG화학을 97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주식을 모두 받아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출하량 세계 1위인 LG화학에 대한 믿음이었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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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이 확산하자 회사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17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긴급 콘퍼런스콜을 열어 “자회사를 상장하더라도 LG화학 지분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튿날에는 이례적으로 콘퍼런스콜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주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가는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이날 LG화학 주가는 3.26% 오른 66만6000원에 마감했다.
LG화학 '배터리 물적분할' 둘러싼 4가지 쟁점
주식 커뮤니티에 LG화학 주주가 올린 글이다. 배터리의 미래 가치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을 분사시키면서 주식은 한 주도 받지 못하게 된 심정을 표현했다. LG화학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무엇일까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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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나 분리되는 회사나 주주구성이 동일해진다. A회사의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분할 후 존속회사 A의 지분 10%와 분할된 B사의 지분 10%를 모두 갖게 된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신생 회사 주식은 주지 않는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은 별도 자회사가 되고, 기존 LG화학 주주는 석유화학부문 회사의 주주로만 남는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은 연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LG화학의 구상은 이들 자동차업체를 분사한 회사의 주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회사는 투자금 유치를 위해 물적분할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LG화학이 인적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면 두 회사는 분할 재상장이 된다. 별도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자금 유입은 불가능해진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석유화학 사업 고도화, 양극재 등 전지 재료 사업 확대, 신약·백신 개발 투자 등 그동안 배터리 사업에 가려졌던 사업부의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석유화학 등에서 벌어들인 돈을 배터리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나머지 사업부에도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적인 성장이 가능해지면 모회사인 LG화학에서도 숨어 있던 가치(히든밸류)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 4조7000억원)은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이 신규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LG화학 지분을 일부 정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LG화학 주주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고재연/최만수/강경민/전범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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