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법인카드 문제삼은 여권…'추미애 카드'에도 같은 잣대 적용해야

입력 2020-09-20 19:45   수정 2020-09-21 01:25

“엄마로서 아들이 입대하는 날, 훈련을 마친 날 모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준 적이 없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들의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수료식 날 추 장관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의 카드는 논산에 있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부’ 자료에 따르면 수료식 날인 2017년 1월 13일 논산 훈련소 근처인 연무읍의 한 고깃집에서 14만원을 포함해 총 19만원어치가 추 장관의 신용카드로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 장관은 당시 정치자금 사용처를 ‘의원 간담회’로 신고했다.

이날 추 장관의 일정을 감안하면 당일 논산까지 내려가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들의 수료식을 직접 챙겨주지 못한 추 장관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카드를 건네 밥값을 내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야당은 정치자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추 장관 측은 20일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던 최근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추 장관은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04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남은 정치자금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회계 담당이던 남편 서성환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마침 21일 국회에서 법사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 장관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지난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처럼 여당이 현안질문을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임건의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끝내고 자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로 20만원 이상 결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추 장관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구 사장에 들이댄 잣대가 추 장관에게는 예외가 될 수 없다.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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