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송금한 돈 예보가 받아드립니다"…'착오송금 구제법' 국회서 재추진

입력 2020-09-20 16:57   수정 2020-09-21 01:03

실수로 다른 사람 계좌에 돈을 보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받아주는 ‘착오송금 구제법’이 다시 국회 문을 두드린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착오송금은 지난해에만 15만8000여 건(3202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착오로 송금한 돈을 예보가 먼저 보상해주고 나중에 수취인으로부터 돌려받는 방안을 도입하려다 좌초됐다. 이번에는 예보가 선지급 의무를 지지 않고 수취인에게 돈을 받은 이후 전달해주는 형식으로 추진된다.
착오송금 반환율 절반 미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가 착오송금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현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착오송금한 사람에게 수취인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해당 금융사가 수취인에게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다.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면 이체를 강제로 되돌릴 권한이 없다. 예보 관계자는 “돈을 도로 받아내려면 부당이익반환소송을 해야 하는데 건당 6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고 반년 이상 걸린다”며 “착오송금 평균금액은 202만원으로 소송까지 하기엔 금액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착오송금 반환율이 47.9%에 머무는 배경이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보가 착오송금 수취인의 실제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예보는 별도의 소송 없이도 금융사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전기통신사업자 등으로부터 전화번호 등을 받을 수 있다. 돈을 받은 사람의 연락처를 확보하게 되면 자진 반환을 요청하거나 소송을 진행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세금 투입 논란’ 우회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지난 국회에서도 착오송금 구제 사업을 추진했지만 피해금을 미리 주는 방안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개인의 실수를 세금으로 보존해주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왔고, 필요한 재원을 은행 등의 출연으로 확보하겠다고 해명하자 금융사들이 반발했다. 개정안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수취인으로부터 송금액을 돌려받은 다음에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보의 자체 자금을 쓸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예보는 착오송금 관련비용이 소송까지 가지 않을 경우 3~6%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만원을 잘못 송금하면 평균적으로 한두 달쯤 뒤에 188만~194만원 정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소송을 진행해야 할 처지가 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예보는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각각 비슷한 내용으로 대표발의했기 때문이다. 성 의원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간편송금 등 비대면 방식의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착오송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금융산업 구조변화에 따른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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