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할인까지…전자상거래 '출혈경쟁'

입력 2020-09-20 17:24   수정 2020-12-19 00:01


네이버, 쿠팡 등 ‘골리앗’과의 치열한 다툼 속에서 중소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소비 증가로 e커머스 시장이 커졌지만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99% 할인’(티몬), ‘판매업체 수수료 0원’(위메프) 등의 정책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작년까지 2년간 흑자 경영을 유지했던 11번가조차 올해는 외형 확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중소 e커머스 업체 간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판’ 커지고 경쟁은 더 치열

전문가들은 2000년 G마켓을 필두로 국내 오픈마켓 시장이 열린 이후 20년 만에 ‘빅뱅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진단한다. 온라인을 통한 상거래는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전체 소매유통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에서 올해(7월) 27%까지 치솟았다. 세계 1위 수준이다.

‘판’이 커지고 있지만 경쟁 강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네이버와 쿠팡이라는 ‘골리앗’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판매상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입점업체가 벌써 35만 개를 넘어섰다. 거래액 규모로는 20조원에 육박해 쿠팡과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직접매입과 판매상 중개를 병행하고 있는 쿠팡은 온라인 소매유통을 물류라는 장치산업으로 전환시켰다. 전국에 168개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고용 인원만 3만7584명(6월 말 기준)에 달한다. 제조업을 포함해 국내 기업 중 4위다.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중소 e커머스 업체는 네이버에 판매상을 뺏기고, 쿠팡의 빠른 배송에 소비자를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커머스 업체 간 ‘M&A 장’ 서나
전문가들은 중소 e커머스 업체들이 수익이냐, 성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한다. 흑자 경영을 위해 할인 마케팅을 자제하면 소비자가 떠난다. 이로 인해 거래액이 감소하면 판매상도 줄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

티몬이 최근 들어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티몬은 지난 9일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99% 할인 행사를 열었다. 특정 시간대에 접속하면 1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1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11번가도 추석 선물세트를 팔면서 하루 최대 20만원의 할인쿠폰을 내걸었다.

위메프는 ‘하루 특가’, ‘가을 패션 45% 할인’에 이어 최근엔 배달 앱 시장 확장을 위해 중개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위메프는 올 2분기 업체별 순이용자 수(UV) 기준으로 이용자 수가 2년 전 대비 10%가량 줄어들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운영)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네이버와 쿠팡의 공세 속에 생존하기 위한 방법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 외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티몬은 외국계 사모펀드인 KKR과 앵커스파트너스가 최대주주다. 위메프와 11번가도 국내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와 H&Q로부터 각각 투자를 받았다.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회수하려면 다른 곳에 팔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시장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출혈을 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고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주요 매수 후보자였지만 최근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남은 시나리오는 중소 e커머스 업체들끼리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거나 상장하는 방법뿐”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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