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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됐다. 사람 간 ‘접촉’이 힘들어진 시대. 직장인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접촉 대신 접속이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젊은 직장인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은 사회생활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한다. 온라인 활동을 활용해 각종 회사 행사는 물론 인맥 관리와 동호회 활동, 그리고 ‘연애사업’까지. 이른바 ‘온택트’의 일상화다. 언택트(un+contact·비대면)에 온라인을 더해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이어가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연과 지연이 아니라 ‘온연(온라인 인연)’으로 이직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며 스타트업 이직을 준비하던 차 주임은 오는 11월부터 새 회사로 출근한다.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모인 독서모임에 가입한 게 기회가 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화상 회의 시스템 줌으로 매주 모였다. 모임 후에는 카메라 앞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랜선 뒤풀이’로 업계 얘기를 나눴다. 차 주임은 몇 개월간 그를 눈여겨본 플랫폼회사 서비스 기획자의 추천으로 면접을 봤고 이직에 성공했다. 그는 “온라인 활동도 오프라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며 “랜선 만남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운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생활 중 맞이하는 비상상황에 온택트가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신입사원 교육 등을 모두 줌, 유튜브로 하고 있는 한 건설회사는 이달 초 태풍 대응 과정에서 화상회의 덕을 톡톡히 봤다. 본사와 공사현장 간 실시간 연결로 피해 상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전 과장은 “이동하는 데 쏟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보니 유연하고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제조사에 근무하는 이 대리는 P어학원의 원어민 영어회화를 온라인으로 수강 중이다. 대면수업이 불가능해지자 화상수업으로 전환됐다. 그는 “점심시간 등 시간을 쪼개 수업을 듣는다”며 “공부 호흡에 따라 영상을 멈춰둘 수 있어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졌다”고 했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출렁이면서 재테크가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네트워크솔루션업체에 다니는 박 선임은 올 7월부터 수요일마다 재테크 공부모임을 한다. 경영, 경제서적을 읽은 뒤 토론하거나 부동산, 주식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온라인의 최대 장점은 익명성이다. 투자는 매우 개인적인 영역이다. 정보 교류를 하면서도 솔직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하면 다르다. 더 용감해진다. 최근 이 모임에선 한 기업의 배터리사업 분사에 대해 ‘성토’가 쏟아졌다. 불평만 한 게 아니라 ‘행동’도 했다. 온라인 기사에 댓글을 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대면 모임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가끔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울의 한 가공식품기업에 다니는 변 대리는 올초 산악회를 온택트로 전환했다. 다 함께 등산을 가는 대신 각자 산에 다녀온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에 나온 산의 정보를 공유하고, 주변 맛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모임 회장인 변 대리는 “코로나19가 사그라들면 맛집에 모여서 막걸리 잔을 부딪치자고 서로를 위로한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셀소(셀프 소개팅)’에 나선 이들도 있다. 문제는 지인들이 이 글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중견기업에 다니는 서 대리는 최근 모교 재학생과 졸업생이 주로 사용하는 S대 커뮤니티에 ‘셀소’ 글을 올린 직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그 글을 올린 것 아니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잔뜩 받았다. 서 대리는 “전공과 키, 취미, 성격, 종교, 일하는 업종과 사는 동네 정도를 임시 이메일 주소와 함께 적었을 뿐인데도 남들이 알아봐서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그래도 몇몇 여성으로부터 ‘만나보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으니 소득이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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