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기 기업’ 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전기트럭업체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창업자 겸 회장이 돌연 사임했다. 밀턴 전 회장은 2014년 니콜라를 창업해 ‘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시킨 주역이다. 그러나 이달 초 한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으로부터 “핵심 기술과 생산설비가 전혀 없는 채 조작한 정보로 투자자들을 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는 스티븐 거스키 전 제너럴모터스(GM) 부회장이 선임돼 당일 업무를 시작했다. 마크 러셀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자리를 유지한다.
밀턴 전 회장은 이번 사임으로 이사회 발언권이 없어졌으나 여전히 니콜라 주요 주주다. 니콜라 전체 지분의 20%인 8200만주를 가지고 있다. 주식 가치는 약 28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물류전문지 프라이트웨이브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밀턴 전 회장은 회사와 자신의 지분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밀턴 전 회장을 집중 공격했다. “밀턴 회장은 지난 10년간 거짓말과 속임수를 일삼아온 사기꾼”이라며 “니콜라 자체가 밀턴 전 회장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꾸며진 사기”라고 썼다. 니콜라는 보고서가 일종의 ‘공매도 작전’이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이 커지면서 미 SEC와 법무부가 니콜라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무혐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SEC는 민사소송, 검찰은 형사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밀턴 회장은 이날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니콜라와 니콜라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때문에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고 성명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외부 비방자들이 나에게 제기한 허위 주장에 대해서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힌덴버그리서치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밀튼 회장의 사임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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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와 협력을 약속한 기업도 난처해졌다. GM은 보고서 발간 이틀 전인 지난 8일 니콜라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발표했다. GM은 니콜라 지분 11%를 20억달러에 취득하고 니콜라의 ‘뱃저’ 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니콜라에 총 1억달러를 투자해 니콜라의 지분 6.1%를 사들였다. 비상장사인 이들 기업의 모기업 한화는 밀턴 전 회장의 사임 소식 발표 이후 주가가 내려 전 거래일 대비 1.68% 하락한 2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니콜라와 수소차 분야 협업이 예상됐던 한화솔루션은 주가가 7.4%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최근 니콜라 주식 보관 잔액은 1억4754만달러(약 1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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