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1일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법)' 세부기준안을 내놓았다. 당초 이 제도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업계 혼란이 잇따르자 시행 열흘 전 내년 1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후 산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협의회를 운영한 뒤 세부기준안을 내놓은 것이다. 재포장 금지법 세부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재포장 금지법은 왜 시행하나.
쏟아지는 폐비닐 등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포장 금지법은 이미 생산된 제품을 대형마트 등에서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걸 금지하는 법령(시행규칙)이다. 적발 시 제조사와 유통사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이번에 마련된 방안이 시행되면 연간 2만7000여t의 폐비닐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추산이다. 지난해 전체 폐비닐 발생량(34만1000여t)의 약 8.0%에 달하는 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폐비닐 등 포장폐기물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비닐류 폐기물은 전년 동기 대비 11.1%, 플라스틱류는 15.6% 늘었다.
▷어떤 게 금지되고 어떤 게 허용되나.
기본적으로 재포장 금지 대상이 되는 재질은 '합성수지(비닐)'이다. 종이박스 등 다른 재질로 재포장하는 건 금지하지 않는다.
금지 대상은 △판매과정에서 추가 포장하거나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N+1 형태, 증정·사은품 제공 등의 행사 기획 포장 또는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 3개 이하를 함께 포장하는 경우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서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시트로 최종 포장하는 것이다. 단, 낱개 제품이 개당 30mL 또는 30g 이하인 소용량 제품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한다.
예외기준도 마련했다. 금지 대상 중에서도 △1차 식품(야채, 정육, 생선 등)인 경우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묶어 단위제품으로 포장하는 경우 △구매자가 선물포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 △수송·운반·위생·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은 예외로 한다.
▷구체적인 사례는. 라면패키지 판매는 가능한 건가.
예컨대 1+1 행사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우유 두 개를 비닐로 재포장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이때 소비자가 직접 두 개를 집어오도록 하거나 띠지, 고리 등으로 묶는 건 가능하다.
2L짜리 생수병 16개를 비닐로 묶어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수송·운반·위생·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하는 것과 같은 라면패키지 판매도 금지 대상이 아니다. 라면 4~5개 묶음을 공장에서부터 묶어서 판매하는 건 재포장이 아닌 정상제품 포장으로 간주한다. 추석선물세트(낱개 제품 4개 이상)도 허용된다.
▷언제부터 시행하나.
환경부는 내년 1월부터 재포장 금지법을 시행하되 포장설비 변경, 기존 포장재 소진 등을 감안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제품, 3개 묶음 포장 제품에 대해서는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
적용 기준 시점은 제조일이다. 수입제품의 경우 해외 제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논란이 됐던 '묶음 가격 할인 금지' 규정은 어떻게 됐나.
삭제됐다. 애초 환경부는 “판촉(가격 할인 등)을 위한 추가 포장을 금지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표현을 삭제하고 적용 대상을 세분화해 명시했다. 낱개 제품 3개 이하를 묶어서 팔지 못하도록 한 게 새로 가다듬은 규정이다.
▷온라인 쇼핑몰도 대상인가.
명시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 측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촉을 위해 비닐 등으로 재포장하는 사례가 거의 없고 판촉용 재포장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며 "제조사에 재포장 금지 의무를 줬기 때문에 플랫폼 역할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자연스럽게 재포장 상품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안이 확정안인가.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협의회를 통해 만들어진 가안으로, 의견수렴 과정이 남아있다. 정부는 21~25일 국민생각함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달 말 행정예고를 통해 추가로 의견을 듣는다.
▷재포장 금지 여부가 헷갈릴 때는 어떻게 하나.
정부는 향후 재포장 해당 여부가 불명확한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산업계,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절차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재포장 관련 산업계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