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대책 '23전 23패' 하고도 최장수 장관이라니

입력 2020-09-21 17:51   수정 2020-09-22 00:19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레(24일)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장관이 된다. 재임기간이 1190일이 돼, 이명박 정부 시절 1189일간 국토해양부 장관을 한 정종환 전 장관의 기록을 넘어선다. 김 장관은 취임 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투기수요 억제’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다주택자 보유세·취득세 대폭 인상, 계약갱신청구권(2+2년)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이전 정부에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반(反)시장적, 위헌적 정책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폭은 23번째 대책인 ‘8·4 공급확대 대책’ 발표 후 줄기 시작해 지난주 보합 수준(한국감정원 기준 0.01%)을 보여, 통계상으로는 주택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런 흐름을 놓고 정부는 “정책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예비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억누르려는 의도된 발언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집값(중위가격)이 김 장관 취임 직전인 2017년 5월부터 2년간 52% 급등(국민은행 기준)한 마당에, 가까스로 수그러든 상승률만 보고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집값 통계와 달리 시장에서는 서울 흑석동, 자양동 같은 비(非)강남권의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돌파하는 등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매물의 씨가 말라버린 결과다. 임대시장도 임대차보호법 시행 여파로 전세대란이 한창이다. 올 1~8월 전셋값 상승률이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전용 85㎡짜리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 없는 주거 사다리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시장과 전쟁을 벌이면서 ‘23전 전패’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도 재임기간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현 정부에서 가장 긴 40개월에 달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 혹여 소관 분야의 전문성이나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청와대 정부’의 정책집행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면 국민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김 장관 말고도 최장수 기록을 앞두고 있는 장관이 수두룩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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