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조두순 아내한테 집 내줬냐"…공포 휩싸인 주민들

입력 2020-09-22 08:25   수정 2020-09-22 14:00


“그 일이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나와요?” “끔찍한 일을 잊고 살았는데 옛 기억이 들춰지는 기분이에요.”

18일 경기 안산시 A아파트.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목소리에는 불안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2008년 7세 여아를 납치해 무참히 성폭행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이 오는 12월 출소 후 주소지인 A아파트에 돌아온다는 소문을 듣고서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한다고 해결되겠느냐"며 “이렇게 무섭고 불안한 나라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우겠냐”고 했다.
공포에 휩싸인 안산
이날 만난 주민들은 ‘조두순’이라는 세 글자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조두순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A아파트 주변은 ‘어린이·청소년 밀집 구역’이다. 반경 1㎞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100곳, 초등학교 세 곳이 모여 있다. 그 주위에는 4500가구(아파트 4개 단지)가 살고 있다. 주변은 태권도 영어 등 학원 통학차량이 10분에 한번씩 지나다닐 정도로 초중고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주민 정모씨(39)는 “7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근처에 흉악범이 오면 단지 내 놀이터도 못 보낼 것 같다”며 “이 지역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동 성범죄자를 애들 근처로 보낸다는게 말이 되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성인 자녀를 둔 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아파트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조두순이 살던 곳이 이 근처인지 방금 알게 됐다"며 “성인 딸을 키우고 있는데 다니는 데마다 부모가 따라다닐 수도 없고, 너무 무섭고 짜증난다 ”고 말했다.

일대 상권도 분위기가 흉흉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오히려 어디로 이사를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주민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언론에서 취재 나온다고 조두순이 안 오기라도 하느냐"며 “그런 것(조두순 출소)을 묻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라고 했다.

조두순은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의 면담에서 “안산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기존에 살던 A아파트로 돌아갈지는 불분명하다.

최근 안산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두순이 A아파트에서 걸어서 20분 떨어진 B아파트 단지로 이사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날 안산에서 만난 주민들도 “B아파트에 조두순의 아내가 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우리 역시 인터넷을 보고 (조두순 출소) 소식을 알게됐다”며 “소식이 알려지자 동네에서 대체 누가 조두순 아내한테 집을 내줬냐는 말이 오고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산시 "자체적 노력"…주민 "안심 전혀 안돼"

조두순 출소 소식에 주민들 불안이 커지자 안산시는 방범 취약지역 64곳에 감시카메라 211대를 추가설치하기로 했다.

이날 법무부와 경찰,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안산시청에 모여 조두순 출소 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법무부 산하 안산보호관찰소는 1대1 전자감독과 음주 제한 등 특별준수사항 등을 마련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도 감시 인력을 대폭 늘려 조두순을 사실상 24시간 감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더 강도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 모씨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또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데 그 무용지물(전자발찌)을 어떻게 믿냐”고 말했다.

주민 윤 모 씨는 “사람을 24시간 감시한다고 하는데 옆에 사람이 따라 붙는 것도 아니고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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