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시인의 현재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는 표제시 ‘천사의 탄식’이다. 초반부에 시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뒤덮인 세상 속에서 의사로서 무력함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60년 전 시인이 되겠다고 한 건방진 약속, 늦었지만 이제 취소합니다”라며 세상 앞에 용서를 구한다.
시인은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깊은 회한을 느낀다. 시 ‘자화상2’에선 “지상의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그리움과 이별의 슬픔에 대해 말한다. 시 ‘즐거운 송가’에선 그 이별이 절절하고 슬프기보단 “청명하고 명랑한”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시 ‘다시 만나야 하니까’를 통해 “우는 얼굴일지 웃는 얼굴일지 모르지만…다시 만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쓸쓸함 속에서 다시금 위로를 보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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