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11년만에 '임금 동결'…두 번째 연속 무분규 합의 [종합]

입력 2020-09-21 21:27   수정 2020-09-21 21:29


현대자동차 노사가 21일 임금(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 사태에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면한 위기부터 극복하자는 데 노사가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 등 3곳에서 화상 회의로 열린 13차 교섭에서 △임금(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담고 있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 교섭은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로 잠정 합의를 끌어냈다. 연속 무분규 합의는 2009∼2011년(3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이어 두 번째다. 상견례 후 잠정 합의까지 기간도 40일로 2009년 3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짧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해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가 파업없이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지난 2007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9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다.

이번에 채택된 선언문은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 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부품 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향상을 통한 노사 고객 만족 실현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 선언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확대 운영한다.

아울러 현대차 노사 별도합의를 통해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 지역 부품 협력사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 참여한다.

이와 함께 고품질 차량 생산을 위해 △생산공장별 품질협의체 구성 △신차단계 노사합동 품질향상 활동 강화 △2025년까지 2000억원 규모 품질향상 투자 △공정품질 피드백 시스템 운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예방 합의안도 나왔다. 노사합동 감염병 예방 전담팀(TFT)을 구성해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 공동 대응하고 예방 매뉴얼을 수립하는 등 방역체계를 재정립한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 물품 추가 확보도 포함됐다.

오는 25일 실시되는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조합원이 찬성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짓게 된다.

현대차 노사가 이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끌어내자 울산시, 지역 상공계, 상인과 시민들은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산업과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노사가 별다른 진통 없이 추석 전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대차가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라면서 "추석을 앞두고 참 반가운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노사가 이뤄낸 이런 성과는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상공계도 임금협상 과정에서 매해 고질적으로 되풀이됐던 노조 파업 등 마찰 없이 노사가 접점을 찾은 데 대해 안도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대차 임금협상이 무분규로 타결돼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함에 따라 자동차 산업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들려온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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