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유례없는 골프 투어 중단 사태를 가져왔다. 미국, 일본 등 해외투어에서 활약하던 스타 프로들은 모두 국내로 들어와 장기칩거에 들어갔다. 선수들에게는 무기 휴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골프팬들에게는 더없는 기회. 귀한 골프 팁을 접할 기회가 늘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스타골퍼는 SNS나 유튜브 채널 등을 열고 그간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만의 ‘골프팁’을 공개하는 등 팬들과의 소통에 전례 없이 적극적이다. 조심스레 풀어놓는 이들의 ‘꿀팁 보따리’를 들여다봤다.
유소연의 정석 퍼팅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6승, KLPGA 통산 10승을 올린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프로암이나 방송프로그램 등에서 ‘티칭프로로도 대성하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레슨 잘하기로 이름이 높다. 코로나19가 쌓인 골프 노하우를 대량 방출하는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그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유티쳐’는 조회 수 10만 회를 돌파하는 등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퍼팅편도 그중 하나다. LPGA투어 퍼팅 능력 ‘톱10’을 넘나들고 있는 유소연이 강조한 기본은 정석 그립이다. 그립에서부터 퍼팅스트로크 모양이 결정되고, 방향과 거리도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두 손바닥으로 물건을 받아들 듯 몸 앞 쪽으로 펼친 뒤 그대로 내려 그립을 잡으면 견고해진다는 게 그의 첫 번째 팁이다. 아기를 양팔에 안는 듯한 자세를 연상케 한다. 퍼터헤드의 바닥면이 그린 지면과 밀착되게 했을 때의 모양 그대로 퍼터 그립을 잡고 어드레스하는 게 두 번째 포인트다. 악력 밸런스가 세 번째다. 유소연은 “백스트로크, 다운스트로크 시 양손의 악력 크기를 처음 잡았을 때 그대로 유지하는 게 퍼팅 방향과 거리감을 균일하게 하는 기본 정석”이라고 조언했다.
안병훈의 롱아이언 달인되기
최근 미국 무대에 복귀한 안병훈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복귀하기 전 자신의 노하우를 처음 골프팬들에게 공개했다. 안메이징이란 유튜브 채널을 직접 개설한 것. 팬들의 관심을 모은 비법이 롱아이언 잘치기다. 조회 수 10만 회를 넘은 이 비법에서 그는 “쓸어치는 게 롱아이언의 정석처럼 돼 있는데, 그러지 말고 자신있게 찍어치라”고 조언한다. 특히 4번 아이언이든, 7번 아이언이든 클럽 길이와 상관없이 똑같은 스윙메커니즘으로 쳐야 실수가 줄어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머리의 높낮이다. 그는 “백스윙이나 다운스윙에서 머리가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게 좌우로 움직이는 스웨이보다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최나연의 백스윙 쉽게 하기
최나연은 유튜버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LPGA 현역 출신 중에서 가장 먼저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를 10만여 명 가까이 확보했다.
기존 채널들과 다른 수십 년간 이어진 골프학습과 투어실전이 녹아 있어 팬들의 신임이 두텁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비거리를 내기 위해선 백스윙을 천천히 할 것을 권했다. 특별하지 않은 내용. 하지만 풀이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는 “코어 근육이 꼬이기 전에 팔로만 백스윙을 만들었기 때문에 몸이 준비되지 않은 스윙이다. 결국 오버스윙이 되고 보상동작이 나와 부정확한 샷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어근육에 긴장감이 들어가고 꼬이는 것을 느끼면서 백스윙을 해줘야 최적의 파워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원리가 머리에 와 닿으니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꼬임완성에 꼭 필요한 ‘헤드업 방지’ 백스윙 방법도 공개했다. 백스윙 시 왼쪽 어깨를 몸 앞쪽 가장 낮은 지점에 찍어 꼭짓점을 만들라는 것. 그는 “이 꼭짓점을 다시 오른쪽 어깨로 찍는다고 생각하고 다운스윙을 하면 몸통 회전이 쉽게 된다”고 조언했다. 척추각을 회전축으로 몸통 회전이 되기 때문에 헤드업을 자동적으로 방지한다는 얘기다. 최나연은 “아마추어들은 회전으로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를 내려 하지 않고 팔로 때려서 만드는 게 문제인데, 셋업과 어드레스부터 다시 가다듬어야 때리려는 본능을 회전 본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박성현의 지면반력 활용법
박성현도 미국 투어에 복귀하기 전 한 의류 후원사의 팬미팅 행사에서 처음으로 스윙팁을 공개했다. 1 대 1 레슨까지 하는 건 드문 일. 아이언 스윙의 경우 체중 배분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체중을 발바닥으로 착 가라앉게 한 다음 앞발과 뒷발에 각각 50 대 50으로 배분한 뒤 어드레스를 해야 아이언에 몸의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엉덩이 고관절만 살짝 꺾어 허리를 숙이면 엉덩이 쪽에 체중이 일부 실리는데 이럴 때 균형이 잘 맞는다”고 했다.
박성현은 지난 시즌 평균 275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려 투어 전체 6위의 장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드라이버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오른다리의 뒤꿈치가 임팩트까지 타깃 쪽으로 회전하지 않고 오히려 지면에 붙어서 밀어주는 힘(지면반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이때 머리를 공 오른쪽 뒤에 남겨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팩트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체중과 몸통이 왼쪽 다리로 지나치게 쏠리면 하향 타격이 일어나고, 슬라이스나 훅, 비거리 손해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