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3일 한국의 비(非)금융기업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국내 기업 신용 평가에 있어 긍정적 전망을 부여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 신평사의 평가 대상 기업은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다.
유완희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부여된 한국의 비금융기업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였다"며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12개월간 부정적 등급조정이 긍정적 등급조정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6개 한국 비금융기업(비상장 공기업 제외) 중 15개사가 상반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업실적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정유 화학 철강 자동차 등 경기 변동성이 높은 업종의 기업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무디스는 "경제회복이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며 향후 경제회복은 코로나19의 억제 여부와 밀접히 연계될 것"이라며 "최근 한국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급등한 사례는 효과적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지속적 억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혹은 주요국가에서 코로나19 억제 실패로 전국적 대규모 봉쇄 조치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행될 경우 경제회복이 궤도를 벗어날 것"이라며 "정유, 화학, 철강 및 자동차 업종은 본질적인 수요 변동성과 공급 과잉으로 인해 향후 수개월간 발생할 수 있는 여타 대외 충격에 대해 특히 취약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이마트 등이 해당됐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된 곳은 단 1개 기업(매그나칩반도체)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규모 자산 매각 때문"이라고 무디스는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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