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가 2022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3년 뒤인 2023년에는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생산해 보급할 것이란 청사진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주주총회와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당초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업계를 뒤흔들 만한 혁신 기술을 기대했던 시장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2030년에는 연간 20테라와트시(TWh) 규모의 배터리 공급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중 테슬라는 3TWh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2022년 목표로 삼은 생산능력 100기가와트시(GWh)를 2030년까지 30배(3TWh)로 늘린다고 해도 17TWh가 여전히 모자란다. 머스크가 “파나소닉, LG화학, CATL 등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는 개발 중인 여러 배터리 관련 기술도 소개했다. 배터리 내 전자 이동 거리를 줄여 수명과 효율을 높이거나, 모듈을 없애고 바로 배터리팩으로 만드는 기술 등을 비롯해 환경 문제 논란이 있는 코발트 대신 니켈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 생산공정을 단순화하고 공장의 효율성을 높여 같은 면적 대비 두 배가량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지금보다 56%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머스크의 청사진에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전문가인 밴켓 비스와나단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3년 이내에 배터리 제조 혁신이 가능할진 몰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화학 기술 발전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이날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도 단가를 낮출 요인이 있고, 그 방법을 테슬라가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러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 자동차 뒷부분 차체를 통째로 만들어 그 안을 비운 뒤 전기차 배터리를 넣으면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3년 뒤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테슬라 ‘모델3’의 판매가는 3만8990달러로, 미국에서 휘발유 차량의 평균 가격(3만6718달러)보다 비싸다. 앞으로는 테슬라 전기차가 휘발유 차량보다 싸질 것이란 얘기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스포츠카로 시작해 비싼 세단을 거쳐 이제 대중적인 차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의 이런 전략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선 현지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는 테슬라 모델3을 3만5000달러 가격대에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며 “더 값싼 ‘미스터리’ 신차 모델을 얘기하는 등 (투자자에게) 장난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터리데이 행사가 끝난 뒤 한 주주가 ‘2만5000달러짜리 차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머스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