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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내각 출범이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긴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가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7년8개월간 최장수 관방장관을 지냈다. ‘아베의 입’으로 국정철학을 공유했다. 스스로도 “아베 정권의 온전한 계승”을 말한다.
그렇다고 아주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스가 총리는 ‘전략적 외교’를 표방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념적 보수주의자’인 데 비해 스가 총리는 ‘현실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다. 관방장관으로 있으면서 야스쿠니 신사를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을뿐더러 아베의 참배를 만류하기도 했다. 아직 ‘스가 본색’을 드러낼 때는 아니라지만 ‘실용주의’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한다.
최근 한·일 정상 간 외교의 물꼬도 터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축하 서한을 보냈고 스가 총리는 사흘 만에 답신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해나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스가 총리도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미래지향적 한·일 양국 관계를 구축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 경색은 지난 2년간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쳤다.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서는 해결 방안을 모색해가면서도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은 지속해야 한다.
2014년 5월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경제인회의에 간 적이 있다. 일본 측 단골 참석자인 아소 유타카 아소시멘트 사장이 있었다. 아소그룹 창업자의 증손자이자 아소 다로 부총리의 동생이다. 그는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이웃나라는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전범기업의 후손이란 게 꺼림칙하지만 맞는 말이다. 경제·문화 등 상호 이익을 위해 협조할 분야가 많다. 문 대통령이 ‘투 트랙 전략’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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