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 하나씩 전해질 때마다 정부의 황당한 대응도 밝혀지고 있다. 군은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엄중 경고’했지만 화장 사실을 관측하고도 이틀이나 지나 공개하는 등 뒷북 대응이 뚜렷하다. 파장이 큰 사건임에도 초기에는 언론에 간략한 문자를 보내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총격’과 ‘화장’ 사실을 누락하는 등 사건 축소에 급급해하는 인상이다. ‘10㎞나 떨어진 바다에서 월북을 시도했겠느냐’는 상식적인 의문 제기에도 몇 가지 정황만으로 ‘월북’으로 판단한 것도 너무 성급한 행태다.
설사 월북이 맞고 범죄자라 하더라도 정부 대응은 심히 부적절하다.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절차에 따라 신병을 인계받아 우리가 처벌하는 게 옳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군의 해명도 궁색하다. 완충구역 내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포괄 조항이 있음에도 ‘넘어오는 인원에 대해 사격하지 말라’는 내용이 없어서 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합의문에 일일이 적대행위를 적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비상식적 해석이다.
여당의 소극적 태도도 실망스럽다. 정의와 공정을 독점한 듯 국민을 가르치려 들더니 자국민의 비참한 죽음 앞에서도 북을 의식하는 눈치보기가 역력하다. 청와대의 반응이 가장 미덥지 못하다.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박왕자 씨 금강산 피살사건 당시와 같은 단호한 대응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사건의 실체가 확인된 뒤에도 뜬금없는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신임 군 수뇌부 신고식에서 ‘평화시대’를 강조한 대통령의 행보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의 존재 목적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장’보다 북한 심기 보호를 우선시하는 것인지 정부는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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