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공을 즐긴다는 것은

입력 2020-09-24 17:49   수정 2020-09-25 00:03

성공만큼 달콤한 것도 없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실패의 또 다른 쌍둥이 형제 정도라고 할까. 우리는 종종 우리의 옳은 결정과 행동이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곤 한다. 사람이 그런가 보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그렇게 말하곤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선을 다해 공부했기 때문에 대학 시험에 합격했고, 면접을 잘 봤으니 좋아하는 일도 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가족에게도 괜찮은 삶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진짜 그런 걸까? 정말로 모든 성공의 원인을 우리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글쎄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 많다. 사업을 놓고 볼 때, 조직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놓음으로써 회사의 활동과 조직원의 행동을 관리한다. 내가 일하는 스위스무역투자청의 경우엔 핵심 성과 지표(KPI·Key Performance Index)라는 정교한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결과물을 측정한다. 투입 요소는 조직원의 수와 예산에 따라 결정된다. 좋은 전략과 실행은 기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터다.

그러나 여기엔 기회라는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기에, 이런 1차원적인 원인-결과의 적용은 어쩌면 결국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기회와 행운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가려져 있는 미지의 영역이다. 오늘날의 팬데믹(대유행)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환경 앞에 겸허해야 함을 가르쳐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부분의 사업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어떤 회사에는 파산을, 또 다른 회사에는 성공을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회의 물결이 왔을 때 할 수 있는 대로 그 물결을 잘 타 보는 것뿐이다.

2011년, 나는 도쿄에서 살고 있었다. 3월 11일 오후 2시46분, 강도 9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나는 아카사카의 한 호텔 방향으로 가는 택시에 직원 한 명과 함께 타고 있었다. 어쩌면 내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내가 떠올랐고 이 택시 안에서 직원과 함께 죽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금의 팬데믹처럼 그때의 지진은 모든 사업 계획을 산산이 부숴버렸고 내 삶까지도 흔들어 놓았다. 그때도 성공은 기회의 여하에 달려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성공과 기회를 대하는 합당한 자세란 무엇일까? 내 경우엔 나의 결정과 행동이 성공에 기여한 바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성공이 기회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성공을 즐기는 것이다. 금방 닥칠 재앙이 바로 옆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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