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 ‘다이어리의 시기’라면, 9월은 ‘펜과 공책의 시기’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의존하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예쁜 종이에 단정한 글씨체로 마음에 담을 만한 명언이나 책 속 구절을 꾹꾹 적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래서인지 9월엔 각 서점에서 필기도구 기획 마케팅도 많이 한다.
특별한 ‘나만의 문장’을 쓰고 싶다면 주목해 볼 만한 신간이 잇달아 나왔다. 세계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30명의 작품 중 무릎을 칠 만한 문장을 모아놓은 책, 조선시대의 이름난 문필가들이 정치,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숨까지 걸 정도로 치열하고도 아름답게 써 내려갔던 문장 이야기를 펼친 책, 동서양 고전 13편의 장대한 스토리를 한 권에 요약하고, 시시때때로 펼쳐볼 수 있도록 정리한 책 등이다.
《좋아하는 거장의 문장 하나쯤》은 세계 고전문학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번역하려는 번역가들의 모임 ‘붉은여우’가 단테부터 도스토예프스키, 백석, 장아이링까지 세계적 작가 30인의 인생과 작품, 유명 문장을 엮었다. “하루에 한 명씩 10분 동안 문학의 시간을 가지며 세계의 거장을 만난다”는 게 이 책의 모토다. 저자들은 “문학은 답을 주지 않지만 눈을 열어주기에, 길을 열어주기에 우리 삶이 힘들 때 찾게 된다”며 “막 고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나 문학에 관심은 있는데 막막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과 잘 만난 것”이라고 말한다. 높게만 느껴졌던 고전의 문턱을 낮춰 독자들과 더욱 쉽게 만나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은 역사학자 백승종이 조선 시대 문장가로 명망 높았던 인물들의 작품과 인생, 교류 등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조선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문장이 가장 대접받은 시대였다”며 “무수한 철학 논쟁에 조응하여 문예가 크게 발달했고, 과거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해 관리들의 문장 실력을 검증했다”고 설명한다. 글로 새 나라를 설계한 경세의 문장가 정도전, 문장의 힘으로 국가의 질서를 확립한 세종,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과 유성룡의 절절한 우정 등 문장 속에 나타나는 생생한 사연을 전한다.
저자는 “훌륭한 문장은 시공을 뛰어넘는 불변의 힘을 갖고 있다”며 “지혜와 통찰이 깃든 문장은 그를 만나는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놓는다”고 강조한다.
《내 맘대로 고전 읽기》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최봉수 씨가 그리스 로마신화, 사기, 삼국지 등 동서양을 아우른 고전 16만 쪽의 핵심 내용을 300여 쪽으로 묶은 책이다. “이 책에 담은 동서 고전 총 13편은 신화부터 고대까지 수천 년에 걸친 동서의 역사를 꿰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우리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고전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재조명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해선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위대한 콘텐츠의 화수분”이라고 평한다. ‘일본서기’와 관련해선 “허구와 왜곡으로 평가절하되었지만,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놓친 한반도의 고대사, 특히 백제와 가야 관련 역사에 대한 소중한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교양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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