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따르는 대륙법 체계는 ‘성문주의’에 뿌리를 둔다.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을 근거로 판사의 재량을 제한한다. 피해 보상 청구 소송은 정해진 절차를 거쳐 피해를 증명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피해 한도 안에서 경제적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형사 처벌과 민사 배상의 경계가 뚜렷한 것도 특징이다. 대륙법계에서는 기업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배임죄 등을 포함하는 ‘형사 처벌’, 과징금·영업정지 등을 포함하는 ‘행정 처벌’까지 받는다.
그런데 법무부가 확대 도입하기로 한 집단소송제는 영미법 중에서도 미국 법률에 근거한다. 미국식 집단소송제 모델은 “소송 집단에 들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해당 사건으로 피해를 본 모든 소비자가 판결에 따라 추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동일한 시기’에 같은 ‘상황’에 처했던 소비자라면 누구나 기업으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까닭에 국내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중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과실만으로도 형사 처벌과 행정 처벌에 이어 이제는 집단소송제 등을 통해 민사 책임까지 지게 될 형국”이라며 “사람에 비유하자면 가벼운 폭행 사건만으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도입될 집단소송제는 분야 제한 없이 피해자가 50명만 모이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자격 요건도 사라졌다. 소송허가재판과 본안재판을 거치면서 사실상 6심제 구조로 이뤄지던 절차도 간소화한다. 소송 허가를 받기 위한 재판에서 불복 절차가 사라진다. 다만 피해액 산정에 대해선 피해 당사자와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논란이 일 것이란 전망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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