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 상한제를 검토하면서 증권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증권사들이 수수료 ‘대박’을 터뜨리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 IPO 담당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상장 주관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수수료는 주관사가 인수하는 금액에 수수료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공모 물량이 많고 공모가가 높을수록 증권사가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수수료율은 통상적으로 1% 안팎이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이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 5~6%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매출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들의 공모가를 부풀려 무리하게 상장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금융당국은 기본 수수료 외에 인센티브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관사들은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으로 정해지면 1~5%의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는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3곳이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이 기본 수수료율 1.2%에 인센티브 1%를 적용받아 52억원을, 삼성증권이 30억원을 수령했다. 올해는 SK바이오팜을 비롯한 대어들이 많아 증권사들은 수백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겼다.
증권가에서는 공모주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까지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까지 치솟으면서 ‘묻지마’ 투자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는 올해 IPO 최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출격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주관사들이 수수료 수입만 보고 기업들의 상장을 밀어붙일 경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라젠, 코오롱 티슈진 등 기술특례 기업 상장 기업들이 임상에서 실패해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료률의 최고 한도를 정해두는 상한제나 인센티브 정액제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수수료를 강제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증권사들에게 기존 방식의 대안을 생각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증권사와 투자자들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상한제가 현실적으로는 도입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장 절차가 까다로운 특례 기업들은 증권사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수료를 제한할 경우 계약 건수로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가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보고 IPO 시장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파나시아, 퀀타매트릭스 등이 공모가가 높다는 이유로 수요예측에서 실패, 상장을 철회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상장 대어들이 많아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주관사 마음대로 공모가를 높이거나 흥행에 개입할 수는 없다”며 “시장이 판단하도록 맡겨야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