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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은 1만6891개다. 1969년 첫 직업사전 발간 시 3260개에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그동안 버스안내양 타이피스트 도안사 등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유튜버 등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결과다. 하지만 미국 3만여 개(2012년 기준), 일본 2만5000여 개, 캐나다 2만여 개 등 서비스산업이 활발한 국가에 비하면 아직 직업의 발달이 미흡한 편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직업이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업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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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웹마스터, 프로그래머 등이 인기를 끌었고 젊은이들이 벤처기업가로 뛰어들었다. 직업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금융업에서만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외환딜러, 선물거래사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주목받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하면서는 엔지니어에 대한 인기가 주춤하고 직업 안정성이 돋보이는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2000년대에는 결혼 상대를 대신 찾아주는 커플매니저, 인테리어디자이너, 생명공학연구원 등 새로운 개념의 직업이 많아졌다.
2010년 이후 새로 등재된 직업들은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의 발전 및 고령화 등 사회변화와 관련된 직업이 많아졌다. 드론조종사, 딥러닝엔지니어, 유품정리사, 수납정리원 등이 그러한 경우다.
반면 잡지기자, 어부 및 해녀, 한복 제조원, 통계·설문조사원, 은행 사무원 등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대치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곧 다가올 미래에서는 전문직도 일자리 위협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금도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손떨림 등 인간의 실수와 달리 정교하게 외과수술을 하고, ‘e디스커버리’라는 AI 프로그램은 ‘인간 변호사’의 5분의 1 비용으로 수백만 건의 법률 문서를 단시간 내에 분석해 최적의 판례를 제공한다.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책을 통해 기술발달이 가속화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노동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IT(매사추세츠공대)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에서 인류는 기계와의 공생에서 새로운 실존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류의 오랜 역사는 인간과 기술이 끊임없이 절충점을 찾아가며 여기까지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변화는 때때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갔지만, 그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직업의 세계를 풍성하게 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성까지 넘보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사람의 일자리 대부분을 대신할까, 아니면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까.
③ 앞으로 새로이 탄생하고 한동안 각광받을 직업은 어떤 것이 있고,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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