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가 길가에 만취한 채 앉아있던 여성을 숙박업소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A 씨(28)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의사인 A 씨는 지난해 여름 새벽 시간대 귀가하던 중 술에 크게 취한 상태로 길가에 앉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20대 여성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한 A 씨는 객실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걱정이 앞서 다가가 얘기하던 중 성관계에 합의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성이 몸을 못 가눌 정도였다'는 목격자 진술과 두 사람이 대화한 지 10여분 만에 호텔로 이동한 점 등에 미뤄봤을 때 성관계를 합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취한 피해자가 피고인 인적사항도 모르는 상황에서 관계에 동의했다는 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몇 마디 말을 나눴다는 핑계로 피해자 상태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또 "일면식도 없는 무방비 상태의 불특정한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사가 만취한 여성을 간음했는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었는지 또는 피고인에게 간음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준강간 사건에 대한 단상을 이례적으로 첨언했다.
재판부는 "많은 피고인이 '만취 상태의 여성 피해자는 암묵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할 여지가 크다'는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잘못된 통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