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도 '코로나 상황'따라 감형·가중처벌

입력 2020-09-27 17:46   수정 2020-09-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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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판사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양형 수준을 결정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코로나발(發) 혼란을 틈타 범죄를 저질렀다며 오히려 처벌이 높아지는 사례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이웃의 가슴팍을 밀어 전치 2주 상해를 입힌 A씨에게 대구지방법원은 지난달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전치 2주 상해 사건의 통상 벌금은 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폭력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피해자 상처가 경미한 점과 더불어 코로나19로 건설 일감이 현저히 감소해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이 양형에 고려됐다.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운영하다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법원은 ‘코로나19 관용’을 보이고 있다. 노래연습장 점주 B씨는 손님에게 맥주 두 캔과 소주 한 병을 팔았다가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며 “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어렵고 임대료가 상당히 연체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재판에 넘겨진 식당 주인이 비슷한 이유로 정상참작을 받은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공로를 끼친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울산지법은 지난 5월 가짜 다이어트 식품을 제조·판매한 C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C씨가 코로나19 특별성금으로 상당한 액수를 기부한 점을 ‘기타 정상’으로 감안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코로나19 파견 의료 인력(간호조무사)에 자원해 1주일간 중환자실에서 간호 업무에 매진한 점이 유리한 양형 인자로 고려된 피고인도 있었다.

반면 대구지법은 지난달 한 음주운전자의 재판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모든 시민이 대외활동을 포기하고, 교통경찰도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 틈을 노렸다”며 이를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6월 KF94 마스크 판매 사기로 500만원의 이익을 챙긴 D씨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에 편승해 이익을 취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노모를 봉양한다거나 슬하에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정상참작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법관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양형 요소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법조인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모호한 기준을 적용하면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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