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미만으로 하락했을 때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 내용입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건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재갑·김승남·서삼석·위성곤·이원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무소속인 김태호 의원도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사태는 농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열악한 지방 재정 상황을 고려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 65개 지자체에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경기 여주는 고추, 가을무, 가을 배추, 당근, 양파를 대상으로 합니다. 강원도에서는 고랭지무배추, 토마토, 풋고추, 오이, 호박이 대상 품목입니다. 이들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자율적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에 중앙 정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무산됐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인정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정부 역시 반대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도 난색을 보였습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가격 보장 품목의 생산 쏠림과 과잉 생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일부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해줄 경우 최저가격 품목으로 생산 쏠림→해당 농산물의 공급과잉→가격하락→정부 가격 보전→재정 악화 및 생산 쏠림현상 악화 등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측은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농산물의 가격을 보조해주면 대체 품목 생산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가격 보조 정책은 쌀과 같은 필수 식량에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서 농민의 소득이 저하됐다면 복지나 세금 감면 등 정책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가격을 통제하는 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