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투자자는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청원글을 올렸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산출 방식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8일로 11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유가증권시장 종목별 지분율이 1%(코스닥시장은 2%)를 넘거나 연말 기준 보유액(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인 투자자는 매매차익에 대해 따로 양도세를 낸다. 보유액 요건은 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대폭 낮춰진다. 올 연말 특정 주식 보유액이 3억원을 넘으면 내년 4월 이후 발생한 차익에 대해 최고 25%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특수관계인이 되는 직계 존비속의 범위가 자녀와 배우자는 물론 조부모와 외조부모, 손자까지 포함한 것에 특히 반발하고 있다. 가령 자녀와 손자 수가 많은 투자자는 특수관계인이 10명을 훌쩍 넘기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일부에서 “이번 추석 때 가족회의를 소집해 종목별 주식보유액을 일일이 확인해봐야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2023년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주주 범위를 넓히면 조세저항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 2023년부터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양도세 과세를 시행하되 양도차익 5000만원까지는 기본공제 구간으로 두고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주식과 채권, 펀드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얻은 순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과 5년 동안 발생한 손실을 이익에서 제하는 이월공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 4월부터 새로 대주주가 되는 투자자들은 2022년까지 양도세를 납부하면서도 이런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
대주주 범위 확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매년 주식시장에서는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들이 연말을 앞두고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기재부는 “특정 종목을 3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자산가이기 때문에 높은 세율의 세금을 매겨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7일 정부에 ‘개인투자자에 대한 응원’을 당부하면서 “세수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소액 투자자들의 의욕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기재부는 당초 2000만원이었던 주식 양도세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이번에도 실마리를 풀어가려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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