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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 규모는 연 80조원, 입점 업체는 14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커졌고 이해관계자도 많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든 새 법률 제정 이유다. 서비스 내용을 바꾸거나 중단할 때 입점 업체에 미리 알리고, 특정 물품의 구입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플랫폼 업체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플랫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예상했던 것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이번 법 제정이 전반적인 규제 강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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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신규 법 제정에 따른 신산업 분야의 혁신 저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형벌 부과는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등 제3자에 어려움을 호소한 가맹점에 대한 플랫폼 업체의 보복 조치, 시정명령 불이행 등을 제외하고는 형법에 따른 처벌을 제외하도록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동의의결제도 도입했다. 동의의결제는 문제가 제기된 사안에 대해 플랫폼 업체가 가맹점과 적절한 배상 등에 합의하면 과징금 부과 등 별도의 제재 조치를 받지 않는 제도다. 플랫폼 업체는 정부 처벌을 피하고 가맹점은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존의 법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하는데, 변화가 굉장히 빨라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디지털 공정경제 대책’을 통해 △플랫폼과 입점 업체 △플랫폼과 소비자 △플랫폼과 플랫폼 등 세 가지 방향으로 관련 시장 규율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플랫폼과 입점 업체에 대한 것으로, 전반적인 규제 내용의 첫 번째에 해당한다. 플랫폼과 소비자 간 관계에 대해서는 올 12월, 플랫폼 간 경쟁에 대해서는 내년에 관련 대책이 나온다. 공정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플랫폼 입점 업체에 대한 수수료율 결정도 규제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수수료 결정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오픈마켓 입점 업체에는 수수료 기준이 이미 공개돼 있고, 계약 변경도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상당수 업체는 이미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받는데 중복 규제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한 플랫폼 업체 고위 관계자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불공정 행위를 하지 말라는 법안 내용은 당연해 보이지만 결국 나중엔 각종 불합리한 세부 규제가 덧붙여지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수영/김주완/노유정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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