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복선이 있었다. 한자리에 머물려 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면 먼저 이곳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직원의 10%라도 시장에서 인정받는 스타가 돼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면, 우리 회사는 최고를 지향하는 인재들이 모인 역동적 조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담았다.
34년 전, 지금의 회사에 들어와 첫 연수를 받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신 없는 사람 나가!”라는 말에, “안돼!”를 목이 터져라 외치던 장면은 내 인생의 한 컷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 신한은행은 직원 1000여 명, 지점 40여 개의 작은 은행이었다. 금융의 새바람을 일으키자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지 불과 4년,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를 불안감 속에서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도 말라’는 강한 자극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시절 직원들은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믿음으로 열정을 불태웠고, 회사가 커지는 만큼 자존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지금은 직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분야 전문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저마다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커리어를 쌓고 자기 자신을 브랜드로 내세운다. 화려한 프로필로 최고임을 증명하며 더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옮기는 이들에게서 프로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현재의 회사에 남긴 드라마틱한 성과는 어쩌면 조직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책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의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나다. 눈을 뜨면 어제 살았던 삶보다 더 가슴 벅차고 열정적인 하루를 살려고 노력한다.’
자신과의 싸움이 힘겨울지라도 진정한 나의 주인이 돼 아름다운 도전을 이어갔으면 한다. “자신 없는 사람 나가!”가 아니라 “자신 있는 사람 나가!”를 추구하는 시대, 최고를 꿈꾸는 프로들이 만들어가는 멋진 회사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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