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친이란 민병대 그냥 두면 이라크 대사관 철수"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입력 2020-09-28 10:09   수정 2020-1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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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 정부에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완전히 폐쇄하고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종 미 대사관과 미군을 공격하는 이라크 내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늦은 밤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에게 바그다드 내 미국 대사관 폐쇄·철수 가능성을 통보했다. 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무부가 이라크 내 미국 외교 공관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매튜 튜얼러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가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튜얼러 대사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대사관 폐쇄 계획의 이유로 미 대사관과 미군에 대해 이라크내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 내에서 미군과 미 대사관을 겨냥해 벌어지는 공격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에선 최근 미국 대사관이나 미군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여러번 벌어졌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고조되던 시기엔 미 대사관 인근에 카츄사 로켓이 수차례 떨어졌다. 올들어 로켓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숨졌다. 미군과 이라크군 등은 이를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 전면전을 피하는 동안 친이란 무장세력이 국지적 도발을 벌이고 있다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미국은 시아파 민병대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WSJ에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미국 대사관에 로켓을 발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이라크 정부, 이웃한 타국 공관, 지역 주민들에게도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 대사관은 이라크 정부기관과 의회, 각국 대사관 등이 몰려 있는 그린존의 미군 특별 경계구역 내에 있다.

미국은 이미 대사관 폐쇄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WSJ는 이라크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미국이 향후 수개월 내에 바그다드 대사관을 폐쇄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고 이라크 당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대사관 공식 폐쇄까지는 90일 가량이 걸리므로 미국 당국이 폐쇄 조치를 번복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중동 각지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부터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9일엔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라크에서 미군 2200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주둔 중인 5200명의 42% 규모다. 이라크의 한 관리는 "미국이 2~3개월에 걸쳐 바그다드 대사관을 폐쇄하려 한다고 들었다"며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대거 철수 조치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의 통보에 이라크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은 각료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고 "미국과 다방면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총리 대변인실은 이날 "미국 정부가 (대사관 철수 계획을) 재고해주기를 바란다"며 "미국 대사관이 폐쇄하는 것은 미국과 이라크간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세력에게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WP는 "이라크 정부는 미국이 결정을 번복하도록 설득해달라며 유럽 각국을 상대로 로비에도 나섰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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